(78) 부산 영도 깡깡이예술마을-한겨울 바닷바람 녹인 ‘엄마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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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겸의 풍경](78) 부산 영도 깡깡이예술마을-한겨울 바닷바람 녹인 ‘엄마의 얼굴’
[정태겸의 풍경](78) 부산 영도 깡깡이예술마을-한겨울 바닷바람 녹인 ‘엄마의 얼굴’

부산 영도의 겨울바람은 제법 매서웠다. 막아주는 것 없이 고스란히 몰아치는 바람의 끝에는 칼날이 매달린 것만 같았다. 때때로 큰 배가 지나갈 때면 다리가 열리는 도개교인 영도대교를 넘어서는데 부산의 겨울도 만만찮다는 걸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 다리를 건너다니며 부산을 여행하는 사람은 영도가 섬인 것조차 모른다. 영도는 여의도의 3~5배 정도로 크다는 부산의 대표적인 섬이다. 그래서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 유일한 지역이다.

다리를 건너오면 오른쪽으로 공장지대가 펼쳐진다. 초입에 놓인 ‘깡깡이예술마을’이라는 팻말. 이곳은 일제강점기부터 부산을 먹여 살렸던, 국내 최초의 조선업이 시작된 마을이다. 지금은 울산과 거제도에 밀려 수리조선업을 주로 하고 있지만, 배에 들어가는 부품이라면 못 만드는 것이 없고, 못 고치는 게 없다는 만능 재주꾼들이 아직 곳곳에서 활약 중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골목골목에서 눈길을 끈 건 아파트 벽에 그려진 거대한 엄마의 초상화다. 추운 겨울 삭풍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배의 벽에 매달려 망치로 녹을 떼어내던 영도의 엄마들. 그 망치 소리가 깡깡 울려 퍼져서 이 일대가 ‘깡깡이마을’이라 불렸단다. 그렇게 억척스럽게 배에 매달려 번 돈으로 자식을 키워내고 부산을 먹여 살렸던 엄마의 얼굴. 그림의 아래로 초상화의 제목이 보였다. ‘우리 모두의 어머니’. 겨울바람에 코가 시큰한 줄 알았는데, 저 얼굴에 깊이 팬 주름에 가슴이 일렁이고 있었다.

<글·사진 정태겸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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