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가 함께 참사를 견디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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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수 편집장

홍진수 편집장

참담하다는 말로는 부족합니다.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있지만 어떤 표현을 써야 할지 생각이 나지도 않습니다. 2024년 12월 29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79명의 사람, 달리 말하면 179개의 세계가 이날 사라졌습니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에는 ‘참사 공화국’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붙었습니다. 그만큼 수많은 참사가 한국에 있었습니다. 당장 지난해 6월에도 경기도 화성의 일차전지 업체에서 발생한 화재, 이른바 ‘아리셀 참사’로 23명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더 멀리는 1994년에 성수대교 붕괴 사고가 있었고, 1995년에는 삼풍백화점이 무너져 500여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2014년에는 세월호가 침몰했고, 2022년에는 ‘이태원 참사’로 159명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참사는 유가족뿐 아니라 한국사회 전체에 깊은 상흔을 남깁니다.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습니다. 저만 해도 한강 성수대교가 무너진 1994년 10월 21일 아침 날씨를 지금껏 기억하고 있습니다. 1995년 4월 28일에는 대구지하철 공사장 가스폭발 사고로 친척이 돌아가셔서 급하게 대구행 기차표를 구하러 가던 친구의 얼굴이 생각납니다. 같은 해 여름에는 삼풍백화점 붕괴와 생존자 구조 작업 소식이 몇 달 동안 제 눈과 귀를 붙잡았습니다. 10년이 조금 넘은 세월호 침몰 사고, 3년이 채 되지 않은 이태원 참사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사고와 관련이 없고, 단지 뉴스를 보고 들은 제가 이 정도인데 참사를 직접 겪은 사람들은 어떨까요. 저는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 유가족의 이야기를 기사로 여러 번 봤지만, 그 심정이 가늠되지 않습니다. 어떻게 위로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아득해집니다.

주간경향 이번 호 표지 이야기는 ‘공동체가 함께 참사를 견디는 법’입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같은 재난적 상황을 이 사회가 어떻게 대하고, 애도할 것인지 짚어봅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공적 애도의 원칙을 전하는 한편, 우리 사회가 과거에 참사를 겪으면서 제대로 대응했는지 되돌아봅니다. 전문가들은 섣부르게 원인을 단정하거나 죄인을 찾으려 하지 말고, 조사 결과를 차분하게 지켜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언론은 선정적 보도를 자제하고 정부는 유가족 전담 공무원을 배치하는 등 세밀하게 지원을 해야 합니다.

참사의 원인이 복잡해 이른 시일 내에 이해할 만한 이유가 나오지 않으면 손쉽게 음모론이 득세합니다. 온 사회를 일렁였던 애도 물결이 흘러간 뒤에는 되레 피해자를 손가락질하는 목소리가 더 커지기도 합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모든 시민이 마음을 차분하게 가다듬어야 합니다.

참사를 견디는 일은 유가족만의 몫이 아닙니다. 온 사회가 힘을 모아 애도하고, 위로하고, 극복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반드시 교훈을 찾아내고 실행해야 합니다. 지금 한국에서 사는 어른들의 숙제입니다.

<홍진수 편집장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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