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격변의 2024년과 재정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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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6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11·5 미국 대통령선거 승리 선언 방송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2024년 11월 6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11·5 미국 대통령선거 승리 선언 방송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2024년에 많은 국가에서 선거가 진행됐다. 민주주의를 ‘선거를 통해 정권교체가 가능한 체제’로 정의한다면 2024년 민주주의는 세계 곳곳에서 잘 작동했다고 볼 수 있다. 많은 나라에서 선거를 통해 정권이 교체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좀더 들여다볼 부분이 있다.

2024년 11월의 선거로 미국에서는 민주당이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에게 정권을 넘겨주게 됐다. 트럼프가 졌다면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가 승리했기에 정권 이양은 모양 좋게 진행될 것이다. 영국에서는 보수당 정부의 무능으로 자리만 지키던 노동당에 정권이 넘어갔다. 프랑스에서는 의회 권력을 극우와 보수, 좌파 정당이 삼분하게 됐다. 내각 구성이 어렵다 보니 세워진 내각도 얼마 버티지 못하고 좌초되고 있다.

독일에서는 사민당·녹색당·자민당으로 이루어진 연합정부가 와해했고, 2025년 2월 조기 총선이 시행된다. 이들 세 당은 2025년 예산안에 대해서도 합의하지 못했다. 사민당과 녹색당이 필요하다고 보는 분야에서의 재정지출을 자민당이 거부했다. 인도와 일본에서는 집권당들의 세력이 선거 이후 크게 약화했다.

민주주의 체제 위기 맞아

실상을 보면 2024년은 세계에서 민주주의 체제의 큰 위기를 맞은 해였다. 파시스트와 우파 포퓰리즘, 혹은 극우라고 불리는 정치 세력들의 확장이 두드러졌다. 미국에서는 트럼프가 당선되고, 오스트리아에서는 극우세력이 제1당이 됐다. 네덜란드는 2023년 선거에서 이미 극우정당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독일에서는 2024년 지방선거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주었고, 2025년 2월의 연방 총선에서 그러한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극우 정당들의 성격과 정책은 차이를 보이나 공통적으로는 이민자에 대한 적대적 정책과 개방적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혐오적 태도를 갖고 있다. 이들은 인권·시민권과 같은 보편적인 권리에 대한 고려가 약하다. 그 때문에 다른 정치적 세력들과의 연정이 쉽지 않다. 유럽의 극우 정당들은 러시아와 중국과 같은 나라들의 권위주의 정치체제에 대해 민주주의 정당들과는 다른 태도를 보여준다. 헝가리 같은 나라들은 권위주의 정치체제에 근접해가고 있다. 폴란드도 이전 정부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주었다.

중요한 것은 민주 진영의 정부들이 많은 부분 스스로 문제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보수정치 세력과 언론, 학계가 주도하는 사회분위기와 논리에 휘말려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정권이 주어졌을 때 시민들이 진보 민주 정부에 기대하는 노동이나 복지 분야에서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지 못했다. 민생과 무관한, 정치적 올바름에 치중하는 엘리트 집단으로 여겨져 자본 세력의 총아로 분류될 트럼프 같은 사람을 미국 근로자들이 좋아하고 선택하도록 만들었다. 독일이나 프랑스 같은 유럽에서도 극우 정당들은 없는 이들과 미래를 두려워하는 중산층들을 챙기는 정당으로 여겨지고 있다.

2024년 12월 대한민국에서는 현직 대통령에 의해 비상계엄이 선포됐다. 계엄은 곧 해제됐지만, 탄핵 절차가 시작됐다. 돌이켜 평가해 보면 윤석열 정부는 극우 정권이었다. 5·16으로 득세한 군사정부 이후 지금까지 수십 년간 나라 발전이 재벌과 대기업 위주로의 편향적인 정책이었음에도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하기는커녕 국가의 가용자원을 대기업에 일방적으로 몰아주는 정책을 더 심화시켰다. 통합투자세액공제와 법인세 감세, 소득세 부담 완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상속세 완화 등 소득 상위계층과 대기업에 대한 감세를 대폭 시행했다.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통한 경기 부양에 전적으로 매달렸다.

정부 몫이어야 할 저소득계층에 대한 부동산 공급도 민간에 맡기는 식으로 조정했다. 에너지 환경정책에서는 원전으로 회귀하고자 했으며, 근로와 사회복지 분야의 정부 지출 증가는 억제했다. 넘치는 현금성 자산을 가진 특정 기업을 염두에 두고 경기도 용인에 반도체 단지를 조성해 정부의 가용자원을 쏟아붓고자 한다. 건전재정을 강조하면서도 감세로 인한 세수결손으로 국가부채는 오히려 큰 폭으로 확대됐다. 모든 경제의 어려움을 전 정권 탓으로 돌리지만 스스로 만든 잘못이 대부분이다.

2025년 한국에 민주 정부가 들어선다면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세계 민주 정부들의 과제이며 한국의 과제는 어려운 이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도록 경제 발전 방향을 돌리는 것이다. 양극화를 해소하고 기후위기 극복에 순응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정하고 추진하는 일이다. 전제조건은 극우적인 정치세력들의 위협으로부터 정권을 지키는 것이다.

위기 극복을 위한 대전환의 과정에서는 국가만이 할 수 있는, 국가가 해야 하는 혁신적 역할이 있다. 그리고 이는 큰 규모의 재정지출을 수반한다. 민간이 감당할 수 없는 전환기 비용을 지원하고 공정한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교육, 주거, 일자리, 디지털화 등의 영역에서 사회적 투자가 필요하다. 그 때문에 미래에 국가적으로 중요한 결정은 국가부채와 세금을 어떠한 규모와 비율로 할 것인가 하는 것이며, 세금을 어떻게, 어느 분야에서 확보하느냐 하는 것이다.

정당들, 증세 필요성 회피

세제개혁의 구체적 내용에 기후 중립적 요구와 불평등 해소에 유효한 내용을 담아야 한다. 이를 위한 세금을 어느 분야에서 확보하느냐가 사회 발전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재원 조달과정에서의 부와 소득의 격차 해소도 사회 발전에 중요한 관건이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민주주의의 위기가 온다. 우리는 윤석열 정부의 감세정책으로 매우 어려운 재정 여건에 처해 있다. 윤 정부에서 진행된 정책들을 시간을 두고 되돌려야 한다.

증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선거에서의 불리함이 문제다. 정당들은 이 어려움을 피하려고만 든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는 국가적 난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정당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하고자 하는 후보들은 공약에서 그 나라에서 가장 필요한 조처들, 장기적이고 발전적인 시각에서 요구되는 계획을 밝혀야 한다. 교육과 사회 인프라, 기후와 에너지, 산업과 기업의 활동과 관련한 정책, 연금과 주거와 관련한 정책 등이 그러하다.

이들이 제시하는 계획 중에는 거짓으로 판명된 내용이 있다. 세율을 낮춰 경제를 활성화해서 세금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지출을 감당하고 재정을 건전화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들은 자주 친기업 정책, 민간주도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다. 재정과 관련해 보수정당 쪽에서 흔하게 사용되면서 한 번도 약속된 결과를 실현해 보지 못한 거짓 공약이다. 이 거짓을 반복해 사용하면서 국가를 운영하겠다는 정당과 정치가들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김유찬 포용재정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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