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없는 비상계엄 탓이었을까요. 정말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지난여름이 얼마나 더웠는지, 얼마나 많은 이상기후로 고통을 받았는지도 말입니다. 심지어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일주일 전쯤에도 ‘11월 폭설’로 사람들이 죽고 다쳤다는 사실까지도요.
주간경향에 ‘기후환경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는 정봉석 JBS 수환경 R&C 대표가 보낸 원고를 보고 퍼뜩 기억이 돌아왔습니다. ‘아, 그랬지. 무도한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것만큼 기후위기를 막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라고 말입니다.
저처럼 지난여름의 고통과 공포를 잊은 독자님들을 위해 정봉석 대표의 글에서 내용을 조금 끌어오겠습니다. 유럽연합(EU)의 기후변화 감시 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C3S)의 관측 결과에 따르면, 2024년 1월부터 11월까지 지구의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62도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계 각국이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에서 설정한 기온 상승 한계선인 1.5도가 마침내 무너졌습니다. 과학자들은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평균기온이 1.5도 이상 올라가면 지구 생태계가 회복 불가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해왔습니다.
좀더 실감 나는 수치를 알려드릴까요. 바로 지난여름 한국에 나타난 기후위기를 보여주는 통계입니다. 2024년 여름 한국 평균기온은 25.6도로, 1973년 이래 가장 높았습니다. 서울은 39일간 열대야가 이어져 역대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이제 기억이 나시죠. 9월 중순인 추석 명절에도 반소매에 반바지 차림으로 다녔다는 사실이, 폭염과 폭우로 과일값이 치솟아 귀향길에 들른 과일가게 앞에서 몇 번이나 망설였던 마음들이 말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을 이 사회에서 완전히 쫓아내는 과정은 짧지 않을 겁니다. 우선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과를 기다려야 하고, 그사이 벌어질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저항도 감내해야 합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르지 않는 세력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그러니 우리는 길게 보면서, 현 대통령 탄핵과 새로운 대통령 선출 못지않게 중요한 일들을 계속해나가야 합니다. 우리가 잠시 잊고 있었던 기후위기 대응도 그중 하나입니다.
주간경향 이번 호 표지 이야기는 ‘플라스틱 전쟁’입니다. 자원 재활용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시민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일로 꼽힙니다. 이혜리 기자가 여성환경연대와 함께 플라스틱 전쟁의 최전선에 있는 재활용 선별장 여성 노동자 12명을 심층적으로 인터뷰했습니다. ‘플라스틱 제로’, ‘제로 웨이스트(쓰레기 무배출)’가 전 세계적 화두인 상황에서 재활용 쓰레기와 마주하는 노동자들의 말을 직접 들어봤습니다. 지난 11월 25일부터 12월 1일까지 부산에서 열린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정부 간 협상위원회’ 제 5차 회의 결과도 다시 짚어보겠습니다.
<홍진수 편집장 soo43@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