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공은 광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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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

2024년 12월 21일 서울 광화문에는 다시 수십만의 시민이 모였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탄핵소추안 가결은 시작일 뿐’임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오직 거리에 나선 시민들의 외침만이 뒷걸음질 치는 것만 같은 세상을 뒤흔들고, 윤석열‘들’을 몰아낼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광장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목소리가 쏟아졌다. 여성이, 청소년이, 성소수자가, 투쟁하는 노동자와 농민이 비상계엄 이전부터 이미 ‘계엄 상태’에 놓여 있던 자신들의 삶을 이야기했고, 이런 모순들이 사실은 하나로 연결돼 있었음을 말했다. 그날 밤, 1만여명의 시민은 전국농민회총연맹이 경찰과 대치 중인 남태령으로 한달음에 달려왔다. 이튿날, 더 많은 시민이 남태령으로 모이고 야당 정치인들이 조력하자, 경찰은 트랙터에 길을 터줄 수밖에 없었다. ‘연대’가 만든 승리였다.

광장의 시민들은 서로를 가로지르며 앞으로 가고 있는데, 내란을 공모했던 세력은 뒤로 가고 있다. 대통령은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수차례 불응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 후보자 3인을 임명하지 않은 채 버티고 있다. 여당 원내대표는 “지역 가면 욕도 먹겠지만 각오하고 얼굴을 두껍게 다녀야 한다”고 결기를 다졌다. 다 같이 뻔뻔해지기로 작심한 셈이다. 국민의힘이 시간을 끄는 이유는 명백하다. 이 당의 다선 의원 윤상현이 말했듯, “국민이 1년쯤 지나면 다 까먹는다”고 본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총을 겨눴고, 민주주의가 송두리째 파괴될 뻔했음에도 이를 전혀 중요하게 사고하지 않고 있다.

“공은 용산에도, 국회나 헌법재판소에도 있지 않다. 여전히 광장에 있다. 시민들이 ‘어떻게’, ‘무엇을 향해’ 투쟁하느냐가 이후 정세만이 아니라 한국사회 변화의 향배를 가늠할 것이다. 남태령에서의 하룻밤은 윤석열 퇴진 투쟁이 어떻게 가야 할 것인가를 보여주었다.”

공은 용산에도, 국회나 헌법재판소에도 있지 않다. 여전히 광장에 있다. 시민들이 ‘어떻게’, ‘무엇을 향해’ 투쟁하느냐가 이후 정세만이 아니라 한국사회 변화의 향배를 가늠할 것이다. 남태령에서의 하룻밤은 윤석열 퇴진 투쟁이 어떻게 가야 할 것인가를 보여주었다. 첫째, 농민들과 조선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연대를 통해 우리 모두를 억압하고 차별하는 사회를 바꾸는 운동으로 진전시켰다. 둘째, ‘퇴진’ 구호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모순에 함께 맞서야 한다는 점을 드러냈다. 셋째, 윤석열을 퇴진시킬 힘이 국회나 헌재가 아니라 여전히 거리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런 점은 부산 탄핵 집회에서 자신을 ‘노래방 도우미’라고 소개한 여성의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비상계엄 이전에 평범한 일상을 짓누르던 억압과 착취에 관해 이야기했다. 쿠팡 택배노동자들, 파주 용주골의 성노동자들, 장애인 등을 호명하면서 “이 모든 것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우리의 민주주의는 여전히 부족한 것”이라고 말했다.

내란 범죄자 윤석열을 퇴진시킬 힘은 국회나 헌재가 아니라 광장에 있다. 대통령 하나 몰아내는 것에서 그쳐서도 안 된다. 이제 우리는 윤석열 같은 자를 대통령으로 만들고, 일상에서는 끊임없이 불평등과 착취, 혐오를 강화하는 우리 사회를 바꾸는 운동을 다양한 공간에서 다양한 색깔로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8년 전 박근혜 퇴진 촛불과 윤석열 퇴진 투쟁의 명백한 차이이며, 이는 다른 미래를 만들 것이다.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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