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피우는 사람이라면 새해 결심으로 금연을 정하고, 이를 위해 여러 행동을 시도해본 적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독한 마음을 먹고 시작한 금연의 성공 확률은 4% 정도로 매우 낮다.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알기에 담배를 끊고 싶은데 담배와의 이별은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금연이 쉽지 않은 이유와 해결 방법을 알아보자.
금연 실패의 주된 이유는 니코틴 의존성과 금단증상 때문이다. 담배 연기를 마실 때 이산화탄소, 니코틴, 타르 등이 폐 속으로 들어간다. 이중 니코틴의 4분의 1 정도가 혈액으로 퍼진 뒤 뇌의 니코틴성 아세틸콜린 수용체(α4β2 nicotinic acetylcholine receptor)에 결합한다. 그러면 도파민의 분비가 증가해 행복감, 즐거움, 불안 감소, 식욕 억제 등의 반응이 일어난다. 이 외에도 여러 신경전달물질 분비로 각성 촉진, 기억력 증가, 에너지 증진, 스트레스 감소 등을 느낀다. 흡연자는 이렇게 다양한 보상 효과를 경험함으로써 긍정적인 기분을 느끼고, 이것을 지속하고자 하는 경향은 흡연에 대한 갈망으로 이어진다.
흡연, 의지만으로 해결할 문제 아냐
흡연 기간이 길고, 하루에 피우는 담배 개수가 많을수록 니코틴성 아세틸콜린 수용체의 개수가 증가하므로 니코틴 의존성이 커진다. 니코틴의 반감기는 2시간 정도여서 흡연한 지 두어 시간이 지나면 다시 담배 생각이 나게 마련이다. 이때 담배를 피우지 못하면 불안, 짜증, 욕구 불만, 집중력 저하, 분노, 식욕 증가 등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것이 흡연의 금단증상이다. 금단증상을 해소하는 가장 간편한 방법은 다시 니코틴을 공급해주는 것이지만, 그렇게 되면 금연의 결심은 또 멀어져만 간다. 본인의 의지로 금단증상을 이겨내지 못한다고 자책하지 말자. 흡연은 니코틴 의존 상태가 길게 지속하는 질병이므로 의지만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 질병에는 치료법이 있고 흡연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금연 치료제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
꾸준한 홍보 덕분에 요즘은 금연을 위해 병·의원을 찾는 사람이 많다. 약물치료로 니코틴 의존으로 인한 금단 증상을 줄일 수 있다. 꾸준한 약물 복용은 흡연 갈망의 순간을 편하게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의사들은 특별한 금기가 없는 한 모든 흡연자에게 약물치료를 권고하는 편이다. 대표적인 약물인 바레니클린은 니코틴성 아세틸콜린 수용체에 결합해 두 가지 상반된 기능을 한다. 우선 니코틴이 수용체에 달라붙는 것을 방해해 니코틴의 작용을 막는다. 이로 인해 도파민 생성이 억제돼 긍정적인 보상 효과가 줄어든다. 또 다른 작용으로 니코틴성 아세틸콜린 수용체를 약하게 자극해 니코틴보다 낮은 수준으로 도파민을 지속해서 방출시킨다. 이것은 금단 증상을 완화하고 흡연에 대한 갈망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기능을 한다. 흡연으로 인한 보상 효과를 줄여 흡연에 대한 갈망을 억제하면서, 금단증상을 낮은 수준으로 줄여주는 것이다. 한편, 바레니클린의 부작용으로 울렁거림과 생생한 꿈이 있는데, 식후에 충분한 물과 함께 약을 먹거나 약물의 용량을 감량하면 불편감을 줄일 수 있다.
흡연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니코틴을 공급하는 것이 니코틴 대체 요법이다. 종류로는 니코틴 패치, 껌, 로렌즈(사탕)가 있다. 일반 담배를 통해 니코틴을 흡수하면 니코틴의 혈중 농도가 매우 빠르고 급격하게 증가해 즉각적인 만족감을 느끼고 금단증상을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금연을 어렵게 하는 주된 요인이므로 니코틴 패치는 담배보다 느리게 니코틴의 혈중 농도를 증가시키면서 일정한 농도의 니코틴을 지속해서 공급함으로써 금단증상을 해결한다. 니코틴 껌이나 로렌즈는 패치보다 작용 시간이 짧아 니코틴 증가 속도가 빠르므로 돌발적인 흡연 충동에 대처하는 용도로 사용한다. 니코틴 대체 요법은 금연 당일이 아닌 금연 시작일 전부터 미리 사용하는 것이 금연 성공률을 25%가량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환자의 생활방식, 니코틴 의존도의 정도, 흡연 기간 등을 고려해 니코틴 대체제들을 병합해 투여하는 치료를 하기도 한다. 이전에 약물치료만으로 금연 성공에 이르지 못했거나, 갑작스러운 흡연 충동을 견디기 힘들어하거나 니코틴 금단 증상이 심한 경우, 그리고 과거 금연 실패 경험이 많은 경우 병합 요법을 고려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병합치료는 니코틴 대체요법 단독 사용보다 15~36% 정도 높은 금연 성공률을 보여준다.
의료진과 상담 병행하면 금연 성공할 수
금연의 이득은 금연 직후부터 나타난다. 담배를 피우지 않고 30분이 지나면 심장 박동수와 혈압이 안정되고, 12시간이 지나면 혈중 일산화탄소 농도가 정상으로 돌아온다. 금연한 지 2주부터 혈액순환이 개선되고 3개월가량이 되면 폐 기능이 좋아진다. 흡연의 나쁜 점은 많이 알려져 있고, 흡연자를 보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으로 금연을 결심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금연을 혼자 시도하면 성공률이 5% 미만이지만, 약물이나 니코틴 대체제, 상담 등의 도움을 받으면 성공률이 40%까지 증가한다. 금연을 결심한 것만으로 이미 절반은 성공한 것이므로 담배를 끊겠다는 마음을 먹었다면 가까운 병·의원을 찾아 상담과 처방을 받아보길 권한다.
더불어 금연의 의지를 매 순간 공고히 하는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다. 니코틴성 수용체가 흡연 전 상태로 돌아가는데 6개월 이상 걸리므로 그 기간에 약물치료와 동시에 명상, 운동, 의료진과의 상담 등을 병행하면 흡연 욕구를 극복할 수 있다. 만약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낙심하지 말고 실패한 원인을 찾아보자. 그리고 다시 의료진과 상담해 약물을 재처방받고 새로 치료를 시작하면 반드시 금연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정혜진 녹색병원 가정의학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