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2차 탄핵소추안 표결이 예정된 것은 12월 14일 토요일이었습니다. 시사주간지 기자로서는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사주간지 마감과 인쇄는 매주 후반입니다. 발간일을 기준으로 하면 토요일은 과거지만, 마감일을 기준으로 하면 미래였습니다.
바로 전주, 그러니까 1차 탄핵소추안 표결이 있던 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토요일에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제목은 ‘계엄 선포에 정치적 완패…탄핵은 사실상 시간문제’로 갔습니다. 1차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한밤중 비상계엄은 딱 떨어지는 탄핵 사유로, 아무리 정략적인 이해득실이 앞선다고 하더라도 결국 탄핵으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봤습니다.
2차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는 가결을 전제로 기사를 썼습니다. 점증하는 국민 분노와 압박에 국회, 정확히는 윤석열 대통령이 소속된 여당 국민의힘이 더 버티기 힘들 거라고 봤습니다. 그런데도 만에 하나, 결국 시간문제겠지만 탄핵소추가 한 차례 더 유예될 가능성 역시 있었기에 단기적으로 예상되는 정치 상황 변화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가(可) 204 대 부(否) 85. 탄핵소추안 2차 표결 결과입니다. 여기에 기권 3, 무효 8입니다. 무기명 투표이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최소 12명의 국민의힘 의원이 가결에 동참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2차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는 부결 당론을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니까 당론을 어긴 소신투표를 한 셈이죠. 이날 무효표 중에는 ‘가’를 쓰고 큰 마침표를 덧붙인 것도 있습니다. 실수가 아니라 자신의 양심을 거스를 수 없는 국민의힘 의원 중 누군가가 선택한 고육지책이었을 겁니다.
소추 가결 이틀 뒤인 지난 12월 16일 월요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체제는 붕괴했습니다. 앞서 한 평론가가 언급한 “윤석열이나 한동훈은 보수가 택한 용병”이라는 표현과 유사한 말을 보수 ‘잠룡’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꺼냈습니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2월 19일 국무회의에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6법(국회법·국회증언감정법·양곡관리법·농산물가격안정법·농업재해대책법·농업재해보험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습니다. 야권은 “탄핵 민심을 거부하고 권한을 남용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정치적 격랑은 잦아들지 않은 채 2024년이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내년, 2025년은 달라지길 기원합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