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함’ 설치···우체통 40년 만에 대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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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이 새로 도입한 ‘ECO 우체통’. 우편물뿐 아니라 소포와 폐의약품도 넣을 수 있다. 우정사업본부 제공

우체국이 새로 도입한 ‘ECO 우체통’. 우편물뿐 아니라 소포와 폐의약품도 넣을 수 있다. 우정사업본부 제공

우체국이 소포·우편 접수와 폐의약품 수거함을 분리한 우체통을 새롭게 선보였다. 우체통의 형태가 바뀌는 것은 1984년 이후 40년 만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12월 16일 환경보호를 위한 새로운 형태의 ‘ECO 우체통’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올 연말까지 서울 종로구와 강남구 전역과 서울 소재 총괄우체국 22곳 등에 ECO 우체통 90여 개가 설치된다. ECO 우체통은 기존 우체통과 같은 빨간색 색상은 유지하면서 아래 받침대는 간소화하고 우체통 크기는 키웠다. 자판기와 비슷한 모양이다.

ECO 우체통은 우편물과 폐의약품, 폐커피캡슐 등 회수물품의 투함구를 분리했다. 또 투함구 크기를 키워 작은 소포(우체국 2호 상자 크기) 접수도 가능하다. 소포 우편물을 우체통으로 보내려면 우체통 표면에 있는 안내용 QR코드를 스캔하거나 우체국 모바일앱,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서 간편 사전접수를 신청해야 한다. 접수 시 안내하는 16자리 사전접수번호를 소포 상자 표면에 기재한 뒤 우체통에 넣으면 된다.

받침대에 네모난 상자가 올라간 형태의 빨간 우체통은 1984년 처음 운영됐다. 이후 우편물 배송 지역에 따라 투입구 함이 달라지는 등 소소한 변화는 있었지만, 전반적인 외양은 그대로 유지됐다. 올해 ECO 우체통의 도입으로 40년 만에 형태가 변경되는 셈이다. 재질도 섬유강화플라스틱(FRP)에서 강판으로 변경했다. FRP는 단가가 저렴하지만, 재활용이 어렵고 폐기 시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소재다.

폐의약품 회수 사업도 ECO 우체통 도입에 영향을 미쳤다. 우정사업본부는 편지만 전달하던 우체통의 기능 확대를 위해 지난해부터 폐의약품 회수사업을 시작했다. 지난 10월에는 커피캡슐 회수까지 확대했다. 지난 10월까지 49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총 6만5339통의 폐의약품을 회수했다. ECO 우체통 도입으로 폐의약품 회수 사업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우체통에도 폐의약품을 넣을 수 있다. 다만 폐의약품 수거 시에는 전용 회수 봉투나 일반 봉투에 넣어 밀봉한 뒤 겉면에 ‘폐의약품’이라고 기재해야 한다. 커피 캡슐은 사용한 원두 찌꺼기를 캡슐에서 분리해 알루미늄 캡슐만 전용 회수 봉투에 담아 넣어야 한다.

우정사업본부는 ECO 우체통의 투입구가 기존보다 커지기 때문에 쓰레기 등을 버리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담배꽁초, 음료수 등으로 우편물이 훼손되는 경우 우편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휴지 등 단순 오물 투기 시에도 경범죄 처벌법,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범칙금과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고 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앞으로 ECO 우체통을 점차 확대 설치할 계획이다. 조해근 우정사업본부장은 “‘ECO 우체통’ 도입으로 국민에 대한 우편서비스 향상이 기대된다”며 “우정사업본부는 우편 이용에 대한 국민 편의를 높이고, 자원순환형 우편서비스가 전국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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