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마지막 주부터 2주간 대학을 취재했다. 당시 대학가에서는 대통령 윤석열의 퇴진을 촉구하는 교수·연구자들의 시국선언과 학생들의 대자보 게시가 잇따랐다. 문제의식은 ‘간만에 대학이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왜 반향이 크지 않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결국 이 질문은 ‘정치 지도자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면서 대학의 구성원들이 했던 고민’과도 맞닿아 있었다.
취재하면서 얻은 나름의 답 중 하나는 정치의 양극화였다. 점차 공고해지는 양당제, 극심한 진영논리는 하나의 공식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윤석열을 비판하는 것’을 ‘이재명을 지지하는 것’과 등치시키는 것이다. 시국선언에 동참했던 한 교수는 “윤석열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게 이재명을 원한다는 얘기는 분명 아니다. 그러나 국민은 그렇게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고민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못을 지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중간 지대가 없고, 양당의 수준차가 크지 않아 ‘피장파장’ 논리가 득세하는 사회는 권력자에 대한 합리적인 비판마저 차단할 수 있다.
대학가 시국선언을 비판하는 목소리 중에는 ‘결정적 한 방’이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대통령을 비판할 수는 있을지언정 퇴진을 촉구하기에는 뚜렷한 명분이 없다는 논리였다. 박근혜 탄핵 국면에서 대학가의 시국선언은 ‘국정농단’이라는 하나의 주제에 집중하는 양상을 보였지만,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시국선언은 외교와 안보, 경제와 인사, 거부권과 불통 등 광범위한 주제를 다뤘다. 한 교수는 “지금까지도 민주주의를 뒤흔들어 왔는데 결정적인 한 방이라는 것까지 기다려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우리 사회는 어쩌면 한 번의 탄핵을 거치면서 대통령을 비판하는 데 보다 엄격하고 높은 잣대를 요구하게 된 게 아닐까.
기사 마감을 이틀 앞두고 비상계엄이 선포되면서 기사 계획은 대폭 수정됐다. 계엄 선포 당시 시국선언과 대자보를 취재하고 있었기 때문인지, 이 비상계엄이 어느 날 갑자기 이뤄진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민주주의 기본 원칙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 불통의 연장선에서 계엄은 왔다. 장차 윤석열 이후의 사회를 고민할 순간이 오리라 생각한다. 그때 우리가 ‘괴인’ 윤석열에 너무 집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치의 양극화 극복, 권력을 비판하는 언로의 회복 등 민주주의를 고민하는 시간이 오길 바란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