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군은 왜 충정로에도 출동했을까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화면 캡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화면 캡쳐

‘2024년에 비상계엄이라니.’ 대부분 비슷한 심경이었을 겁니다. 저 역시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혹시나 해서 유튜브로 생중계되는 대통령 긴급브리핑을 켰습니다. 아래에 달린 자막에 ‘비상계엄 선포’가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진짜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던 시간, 회사에 있었습니다. 회사 편집국이 술렁이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큰소리도 나왔습니다. 아마도 회사 인근에 있었을 기자들이 하나둘씩 복귀해 긴급사태 취재에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한 시간쯤 지나 이른바 ‘계엄사령부 포고문(제1호)’이라는 게 나왔는데, 제3항은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라고 돼 있었습니다. 자정 무렵 퇴근했는데, 신문사 문을 나서면 군대나 적어도 경찰이라도 와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휑했습니다.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건 뭐지?’라는 생각을 하며 버스정류장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런데 이날 이른바 소위 ‘계엄군’이 출동한 현장은 국회만이 아니었습니다.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을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딴지방송국의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사옥 앞에도 20여 명 이상의 군인이 완전무장하고 들이닥쳤습니다. 이 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는 김어준씨 주장에 따르면 자신의 집에도 체포조가 출동했다고 합니다(사진).

이번 ‘계엄 사태’ 취재를 하며 들은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밤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윤석열 비상계엄의 ‘전조’가 낮에 있었다는 겁니다. 서울 영등포에 있는 인터넷 언론사 서울의소리 압수수색입니다. 수십 명의 경찰이 출동한 과잉수사라는 것이 서울의소리 측 주장입니다.

정용인 기자

정용인 기자

한 정치평론가는 서울의소리와 김어준 방송의 공통점은 그들이 “국정운영에 심각한 걸림돌이라기보다 ‘여사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원흉”이라고 말합니다. 서울의소리는 대선 전에는 김건희 여사 7시간 녹취록, 그리고 대선 이후에는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의혹을 제기한 매체입니다. 이 평론가의 말입니다.

“어떻게 보면 김건희 여사의 한을 풀어주기 위한 계엄일 수도 있다. 윤석열의 권력 장악을 위한 친위 쿠데타라기보다 영부인 민원 해결용 쿠데타일 가능성이 있다는 거다. ‘오빠 쟤네 손 봐줘’ 하는.”

당장은 심증에 불과하지만, 국회와 별도로 김어준씨 집이나 충정로 병력 출동을 명령한 자가 누구인지, 실제 그런 체포계획이 있었는지 확인되면 진짜 쿠데타의 ‘몸통’은 밝혀지리라는 것이 이 평론가의 주장입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취재 후바로가기

이미지
용산의 역경루
오늘을 생각한다
용산의 역경루
공손찬은 중국 후한 말 북방민족들이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 정도로 위세를 떨쳤던 화북의 군벌이다. 오늘날 베이징 근처 유주를 근거지로 세력을 키웠던 공손찬은 백마의종이라는 막강한 기병대를 중심으로 황건적과 만리장성 넘어 이민족들을 토벌하며 군세를 넓혀갔다. 탁월한 군사적 재능을 갖췄으나 성품이 포악했던 공손찬은 폭정을 일삼으며 민심을 크게 잃는다. 왕찬이 기록한 <한말영웅기(漢末英雄記)>에 의하면 공손찬은 자신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본다는 이유로 부하를 죽이는가 하면 유능한 관료들을 쫓아내고 점쟁이를 측근에 등용하는 등 막장 행각을 벌였다. 하루는 백성들 사이에서 덕망 높았던 관리 유우를 저자에 세워놓고 ‘네가 천자가 될 인물이라면 비가 내릴 것이다’라고 말한 뒤 비가 내리지 않자 그 자리에서 죽여버렸다. 분개한 수만의 유주 백성들은 유우의 아들과 합세해 공손찬을 공격했고, 라이벌 원소와 이민족들까지 연합해 공격하니 공손찬은 고립무원에 처한다. 사방이 포위된 공손찬은 기주 역현에 거대한 요새를 짓고 농성에 들어가니 이 요새가 역경성이다. 자신의 남은 전력을 요새 건설에 쏟아부은 공손찬은 “300만석의 양곡을 다 먹고 나면 천하정세가 달라질 것이다”라고 말하고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향락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