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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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사회

한병철 지음·최지수 옮김·다산초당·1만6800원

[신간] 무엇이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까

2010년 <피로사회>에서 현대 사회의 성과주의를 신랄하게 분석한 재독 철학자 한병철이 내놓은 신작이다. 책은 안개 속에 갇힌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희생하며 막연한 비상체제에 지쳐가는 사람들을 보여주며 불안의 원인과 해결책을 모색한다.

저자는 사람들이 희망하는 법을 잃어버린 결과 현대 사회가 불안이라는 질병을 얻게 됐다고 진단한다. 미래에 닥칠 위험을 감지하고 우려하는 것은 정당한 불안이다. 문제는 질병처럼 창궐하는 불안이다. 엄습하는 정체 모를 위협감에 대화와 경청, 공감과 화해가 붕괴한 현대 사회는 감옥과 다름없다고 우려한다. 저자는 현대 사회의 불안이 영구적인 재앙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불안의 체제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불안을 체제의 질서유지 수단으로 사용하는 사회에서 연대가 끊어지고 혐오가 만연하면서 사람들은 실패와 소외, 도태의 불안에 허덕이게 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코로나19 유행과 전쟁, 기후위기 등으로 국가와 체제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면서 개인의 고립과 그에 따른 불안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불안사회를 정상화하는 방법은 없을까. 저자는 스피노자와 비트겐슈타인, 하이데거 등의 위대한 철학자들을 인용해 ‘희망’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역설한다. 저자가 말하는 희망은 낙관주의와는 다르다. 절망 속에서도 나아가려 애쓰는 마음인 희망과 달리 낙관주의에는 부정적인 것이 존재하지 않아서다. 희망에 관한 기존의 생각들에 질문을 던지며 희망에 관해 제대로 아는 것에서부터 사회적·개인적 불안이 치유될 수 있다고 한다. 불안의 시대에서 연대와 공감, 희망을 외면하면 위기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설득한다.

투기 자본주의

피에르이브 고메즈 지음·김진식 옮김·민음사·1만8000원

[신간] 무엇이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까

투기를 기반으로 현대 자본주의를 비판적으로 고찰한다. 저자는 투자가 끝없는 번영을 가져다줄 것이라 속삭이며 사회가 성과를 정의하고 진보를 인식하는 방식을 변화시켰고 주장한다. 하지만 번영이 일부 실현돼도 사회·경제적 부채는 막대한 규모로 쌓이고 있다. 따라서 미래세대를 위해 투기 자본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도시를 거닐면 일본사가 보인다

박진한 지음·푸른역사·2만5000원

[신간] 무엇이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까

어려운 일본 역사를 친숙한 도시 이야기로 풀어냈다. 왕조 교체가 없었던 일본에서는 실권이 없는 천황을 대신해 여러 무사 정권이 권력을 잡았다. 정권이 교체할 때마다 새 도시가 등장했고, 일본을 대표하는 도시들은 그렇게 탄생했다. 일본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데 친절한 길라잡이가 되는 책이다.

여자 주인공들

오자은 지음·생각의힘·1만9800원

[신간] 무엇이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까

한국 현대소설이 지난 50년간 어떻게 여성을 상상해왔는지에 대해 분석한 문학 비평집이다. 여성의 성장 서사는 어떻게 가능했고, 어떤 성공과 실패가 있었는지 각 시대 상황을 읽어내며 경로를 추적한다. 책은 시대와 불화하며 극복하고 성장한 여성들을 통해 한국 현대사와 사회를 다시 경험하게 만든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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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오늘을 생각한다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지난 6월 10일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수원시 장안구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집단 아동학대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해자들의 범죄행위에 치를 떨면서, 피해 아동 보호자들이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는 망가진 시스템에 분노한다. 만 2세 반 어린이 13명에게 2명의 교사가 상습 폭력을 가했다. 경찰이 확보한 35일 치 CCTV에서 350건의 학대 행위가 발견됐고, 가해 교사 2명과 원장이 상습 아동학대와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원장은 아무런 행정 처분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가해 교사 2명은 자진 사직했기에 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수원시는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다 했다며,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 가족들은 수원시 행태가 마치 2차 가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동들은 여전히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 몇 번씩 잠에서 깨는 한 어린이는 “꿀향기반 선생님들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다른 어린이는 작은 소리에도 몸을 움찔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지난 1월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 신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5개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 만 2세 어린 아기들을 밀치고,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냅다 던져버리는 영상을 보며 엄마·아빠들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