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사라진 아이들에 대한 기록이다
권희정 지음·날·1만7000원
‘어떻게 하면 아이를 더 많이 낳을까.’ 정부와 지자체, 기업, 민간단체 불문하고 ‘저출생’을 타파해보겠다며 각종 지원책을 쏟아낸다. 가족, 젠더, 이혼 등을 주요 관심사로 연구해온 인류학자인 저자는 저출생 문제만큼 중요한 것이 태어난 아이들을 잘 키우는 것이라고 말한다. 어떤 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죽임을 당하거나 버려지거나 방치되거나 입양된다. 저자는 과거 신문을 비롯한 국내외 관련 자료, 인터뷰 등을 토대로 아동 살해, 유기, 방임, 입양의 원인과 배경을 파헤친다.
어떤 아동 살해는 부계사회,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 안에서 벌어진 일들이고, 해외 입양은 ‘사업’으로서 이뤄지기도 했다. 아주 먼 과거의 일도 아니다. 최근까지도 영아 유기·살해 사건이 일어나고, 보호시설에서 자란 청년들이 자립 과정에서 목숨을 끊는 일도 계속된다. 저자는 국내외 입양인, 자립준비청년 등 당사자의 목소리를 전하면서 “아이를 버리게 하고 구하는 것보다 원가족 지원을 강화함으로써 구할 아이를 만들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압축 소멸 사회
이관후 지음·한겨레출판·1만8000원
정치학자로서 국회·정부에서 실무를 경험한 이관후 건국대 교수(국회입법조사처장·지난 11월 20일 취임)가 저출생, 지방 소멸 등 한국사회의 소멸 징후를 읽어낸다. 그는 한국사회가 지역, 산업,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면서 성공(압축 성장)했는데, 그 효율성의 극대화에 위기(압축 소멸)를 맞았다고 본다. 특히 문제는 소멸에 이르는 ‘속도’가 빠르고, 한국이 선도국가 반열에 오르면서 위기 타개책을 참고할 해외 선례가 없다는 점이라고 진단한다. 소멸을 막을 방법은 ‘정치’의 복원이다. 그는 “사회의 소멸 이전에 정치의 소멸이 있다”며 정치권, 시민사회의 역할을 주문한다.
우리는 언제나 타지에 있다
고예나 지음·위고·1만5000원
농촌의 국제결혼 가정에서 태어난 ‘이주배경청년’의 회고록이다. 가족, 친구, 이주민으로 줄기를 뻗어 나가며 자기 정체성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곳에 뿌리내리고 있음에도 ‘언제나 타지에 있다’는 감각에 대해서 말한다.
타임 셸터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 지음·민은영 옮김·문학동네·1만7800원
과거를 기억하고, 그 기억을 통제하는 건 어떤 의미일까. 한 남성이 알츠하이머 환자들을 위해 과거를 완벽히 재현한 클리닉을 만들며 일어나는 일을 다룬 장편소설이다. 유럽 사회의 과거와 현재의 욕망을 들여다본다. 2023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이다.
커피 이토록 역사적인 음료
진용선 지음·틈새책방·1만9000원
구한말 개화기부터 최근까지 140년간 한국에 커피가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 정리한 커피 문화사다. 시인인 저자는 1980년대 문학만큼 커피에 빠져 관련 자료를 모아 기록했다. 무엇 때문에 한국인들이 커피에 열광했는지 풀어낸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