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0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마을극장에서 성미산마을 30주년을 맞은 주민들이 ‘돌봄’을 주제로 이야기자리(포럼)를 열었다. 성미산마을은 1994년 국내 첫 협동조합형 공동육아 어린이집 개원을 시작으로 성미산 주변에 다양한 공동체가 생겨나 형성된 도심 속 마을공동체다. 아이를 돌보는 일에서 시작했기에 성미산마을에서 ‘돌봄’이란 주제는 마을공동체의 정체성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짧게는 몇 년, 길게는 30년 이상 성미산마을에서 산 주민들은 육아뿐만 아니라 각자가 속한 공동체가 서로를 돌보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최근 같은 어린이집 조합원인 주민이 둘째 출산 후 첫째 돌봄이 필요한 상황이 되자 다른 주민들이 번갈아 돌봄을 맡아줬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또 다른 주민은 마을에 들어와 여러 공동체에서 활동하다 보니 장애인 청년과도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이웃들과 함께 반찬가게를 열어 운영했는데, 그것이 돌봄이었다고 회고한 주민도 있었다. 마을에서 탱고를 추는 일은 서로의 안부를 묻는 돌봄이라고 생각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새로운 돌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은퇴기를 맞은 주민들은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생의 마지막을 보내고 싶지 않다고 했다. 마을에서, 집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다고 했다. 한 주민은 “공동돌봄이든 상호돌봄이든, 순수 자원봉사 형태가 아닌 재원을 조금씩 내면서 사회적 돌봄 서비스 단가보다는 저렴한, 그런 체계에서 돌봄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성미산마을 공동체는 육아, 교육, 먹거리 문제, 주거, 문화 프로그램, 취미 생활 등 다양한 주민들의 ‘필요’에 의해 생겨났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라서 가능한 것들이기도 했다. 성미산마을에서는 노년기 돌봄 공동체도 언젠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태어나 죽기까지 돌봄을 받기도, 주기도 하며 일생을 보낸다. ‘돌봄’이 사회적 화두다. 성미산마을은 서로 같이 돌보는 방식으로 길을 만들어왔다. 마을공동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간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좋겠지만, 마을공동체 역할에만 기대도 될까. 성미산마을에서도 돌봄의 가장 기초단위라 할 수 있는 어린이집들이 저출생 여파로 위기감을 느낀다. 육아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의 여러 층위의 돌봄은 공공성을 확충하기보다는 시장화하려는 움직임이 거세다. ‘함께 돌봄’에 관한 사회 정책적 고민과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