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굴뚝산업’이 자리하던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이젠 서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광지가 됐다. 그중에서도 지하철 2호선 성수역 인근에 있는 연무장길은 주말과 평일 저녁이면 청년들과 관광객이 도로를 빼곡히 메워 차량이 드나들기 어려울 정도다.
이들을 매혹한 것은 눈 깜짝할 새 운영하고 사라지는 ‘팝업스토어’(짧은 기간 운영되는 체험형 홍보 매장)다. 연무장길은 ‘팝업의 성지’로 불린다. 매일, 매주 새로운 팝업이 들어서면서 매장은 교체되고 연무장길의 분위기도 단숨에 바뀐다.
연무장길이 팝업으로 유명해진 것은 공업지대였던 성수동의 특성 때문이다. 다양한 물건을 전시하고 체험할 수 있는 팝업은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주택보다 면적이 넓은 공장을 개조한 공간이 팝업에는 제격이다.
팝업이 인기를 끌면서 샤넬을 비롯한 고가 잡화 기업부터 증권사, 서울시, B2B 기업까지 업종과 주체를 가리지 않고 연무장길에 팝업을 열었다. 청년들에게 가볍고 쉽게 다가갈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소비자들이 지갑을 여는 연말은 팝업의 대목이다. 지난해 연말엔 성수동에서 한 주에만 50개 넘는 팝업이 열리기도 했다. 인기 많은 팝업에 들어가려면 한 시간 넘게 줄을 서는 일도 흔했다.
다만 팝업을 연다고 저절로 청년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특성에 맞는 콘셉트를 구현해내거나 계절적 요소를 갖춰야 호응을 끌어낼 수 있다. 우정사업본부도 특성을 살려 연무장길에 팝업 ‘도전장’을 냈다. 지난 11월 22일부터 28일까지 6일간 마스터카드사와 함께 ‘우체국 산타의 소원상점’이라는 주제로 연무장길에 팝업을 열었다. 연말연시를 맞이해 팝업을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연출했고, 물품을 배송하는 우체국의 특성을 살려 ‘산타’라는 콘셉트를 구현했다. 팝업의 핵심 ‘포토존’도 곳곳에 배치했다.
또 우체국 예금에 대한 청년들의 친밀도를 높이기 위한 팝업도 겸했다. 팝업에 입장하면 산타 머니와 우체국 체크카드가 들어 있는 웰컴키트를 받고, ‘소원트리’, ‘산타의 여행사’, ‘산타의 선물가게’ 등에서 소원을 이루면 다양한 팬 상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팝업스토어가 열리는 동안 ‘MZ세대’ 특화 캐릭터로 새롭게 디자인한 ‘영리한plus 우체국 체크카드’를 한정판으로 발급해 주기도 했다. 우체국 예금을 이용하지 않는 청년 세대가 우체국 체크카드를 직접 체험해 우체국 예금에 대한 친밀도를 높이려는 의도다. 팝업스토어에서 생기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내부시설을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로 제작한 것도 특징이다.
조해근 우정사업본부장은 “우체국 팝업스토어는 국가기관인 우체국이 ‘2030 세대’에게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시도”라고 밝혔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