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올해 예상치를 뛰어넘는 경제 성장을 하고 있다. 베트남 경제는 2024년 3분기 7.4%, 1~9월 누적 6.82% 성장을 기록했다. 연초 베트남 정부가 설정한 경제성장률 목표 범위(6.0~6.5%)를 초과하는 성적이다. 이러한 성과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이라는 베트남 경제의 양대 축이 균형 잡힌 성장을 보여준 덕분이다. 베트남 통계총국이 발표한 ‘9월 사회경제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동안 제조업은 9.76%, 서비스업은 6.95% 성장했다. 특히 산업 및 건설 부문은 8.19%라는 높은 성장률로 경제 발전에 효자 노릇을 했다. 2023년에는 물가 상승과 에너지 가격 인상, 긴축 통화 정책으로 산업 및 건설 부문이 어려움을 겪었다. 2024년에는 베트남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와 정부의 대출 장려 정책이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으며 상황이 반전됐다. 중앙은행은 금리를 적극적으로 낮추었고, 베트남 정부는 은행별 대출 금리와 대출 현황을 모니터링하며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은행에는 총리가 직접 나서 대출 확대를 독려했다. 이러한 조치들은 기업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자금 접근성을 높여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수촐 효자는 전자·기계설비·관광업
베트남은 무역에서도 좋은 성과를 냈다. 올해 3분기 누적 무역액은 5784억70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6.3% 성장했다. 수출은 2996억3000만달러로 15.4% 성장했고, 수입은 2788억4000만달러로 17.3% 성장해 207억9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 효자 품목인 전자제품이 527억5600만달러로 27.4%, 기계장비가 377억9200만달러로 22.1% 성장했다. 관광업도 경제 회복에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 2024년 3분기 누적 외국인 관광객은 1270만명으로 2023년 전체 관광객 수(1260만명)를 이미 초과했다. 역대 최다 기록인 2019년의 1800만명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빠르게 회복 중인 관광업은 서비스업 성장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특히 한국인 관광객이 330만명으로 베트남 방문 관광객 수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270만명 방문한 중국인이며 유럽과 북미 관광객의 수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관광업 회복을 위해 기존 15일인 무비자 체류 기간을 45일로 늘리고 전자 비자 발급자의 체류 기간도 30일에서 90일로 대폭 늘렸다. 베트남 정부는 지속해서 비자 발급 간소화와 항공 노선 확대 등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주요 경제 기관들도 베트남 경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베트남의 경제성장률을 보수적으로 잡아 5.1%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지난 9월에는 ‘베트남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및 통화 정책에 의해 경제가 회복되고 있음을 높게 평가’한다며 전망치를 6.1%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세계은행(WB) 역시 기존 4월 전망치 5.5%를 6.1%로 수정하며 ‘베트남 제조업과 관광업 회복’을 높이 평가했다. 지난 9월 아시아개발은행(ADB)은 6.0% 성장 전망을 유지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기존 5.8%에서 6.2%로 수정 전망치를 제시했다. 두 기관 모두 베트남 제조업 성장과 수출 증대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하지만 베트남 정부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남은 4분기에 더욱 강한 성장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10월 21일 팜민찐 베트남 총리는 국회 보고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은 6.8~7.0%로 예상되지만 7% 이상 성장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또한 2025년에는 교통 인프라 지출과 적극적인 대출 장려를 통해 7.0~7.5% 성장하겠다고 했다. 같은 날 총리 주재 내각회의에서 응우엔 치 중 기획투자부 장관 역시 2024년 4분기 경제성장률을 7.6~8.0%로 상향 설정하고 올해 7%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9월 슈퍼태풍 ‘야기’로 약 32억9230만달러(약 4조6000억원)의 피해를 보아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끼쳤음에도 베트남 경제는 ‘깜짝 성장’하고 있다. 지난 10월 홍콩상하이은행(HSBC)은 베트남 경제의 3분기 성장을 반영해 올해 경제 성장 전망치를 6.5%에서 7.0%로 상향 조정하며 ‘놀랍도록 강력한 상승을 한 아세안의 성장 스타’라고 호평했다.
소비시장은 위축…우려와 해결책 제시
2024년 베트남의 다양한 경제 지표가 우호적임에도 베트남 소비시장은 위축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베트남의 컨설팅 기업인 VIRAC의 2024년 상반기 외식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베트남 전국에서 3만여개의 식당과 카페가 폐업했다. 창업하는 가게보다 폐업하는 가게가 많다 보니 작년보다 점포 수가 3.9% 감소했다. 수도 하노이는 0.1% 소폭 성장한 반면 최대 경제 도시 호찌민은 5.97% 감소했다. 베트남 외식업계의 큰 걸림돌은 과다한 임대료다. 호찌민의 경우 올해 상반기에만 주요 거리 임대료가 25~40% 폭등해 외식 산업계가 견디지 못하고 떠나고 있다. VIRAC의 보고서에 따르면 호찌민, 하노이 같은 대도시의 점포 임대 비용이 매출액의 20~25%까지 차지할 정도로 치솟고 있다.
이처럼 베트남 외식업계가 어려움을 겪자 외식업계의 다양한 콘퍼런스를 통해 우려와 해결책이 제시됐다. 지난 8월 베트남 1위 결제-매장관리 시스템 업체인 IPOS가 주최한 ‘2024 베트남 외식업 서밋’에서는 ‘영업 3개월 만에 폐업’하는 곳들이 대도시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IPOS의 최고경영자(CEO)는 외식산업의 전체적인 어려움을 말하며 자신들의 3만여개 가맹점 실적 분석을 통해 베트남 고객들이 ‘외식 횟수는 유지하되 지출 금액을 줄였다’라고 평가했다. 지난 9월 호찌민에서는 베트남 현지 매체와 글로벌 신용 카드사인 마스터카드가 공동으로 개최한 ‘베트남 외식업 콘퍼런스’가 열렸다. 외식업계 관계자와 투자자 30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마스터카드 베트남 대표는 ‘외식업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고객들이 주문과 결제를 디지털로 하고 있고 음식 맛에 대한 평가와 식당에 대한 후기를 온라인에서 공유하고 있는 시대인데 베트남 외식 업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호찌민 | 유영국 <베트남 라이징> <왜 베트남 시장인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