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미트 롬니 상원의원은 이 사람을 ‘공화당의 900파운드 고릴라’라고 불렀습니다. ‘절대적인 힘을 가진 존재 또는 매우 위험한 존재’를 일컫는 영어 관용어 ‘800파운드 고릴라’에 100파운드를 더했습니다. 그만큼 더 힘이 세고, 더 위험하다는 의미입니다.
앞으로 다가올 이 사람의 시대에 우리는 ‘더 매운맛’을 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 사람의 시대를 전 세계가 한 번 경험해봤지만 두 번째는 또 다를 것이란 의미입니다. 지난번에는 ‘재선’을 염두에 뒀기에 눈치라도 봤지만, 이번에는 거침없이 ‘하고 싶은 대로’ ‘여한 없이’ 권력을 휘두를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지난 11월 5일 진행된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제47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도널드 트럼프 이야기입니다.
한국의 8개 전국 조간신문은 지난 11월 7일자 신문에 트럼프의 당선 소식을 일제히 1면 머리기사로 실었습니다. 이중 서울신문을 제외한 7개 신문이 같은 모습을 한 트럼프 사진을 썼습니다. 주간경향 독자님들도 여러 번 보셨을 겁니다. 여유만만한 표정에 오른손 검지로 정면을 가리키고 있는 모습 말입니다. 입은 꾹 다물고 있었지만 ‘이제 다 죽었어’라고 말하는 듯했습니다.
트럼프는 내년 1월 20일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합니다. 아직 두 달이 조금 더 남았습니다. 그런데도 트럼프의 시대가 다시 시작된 것 같습니다. 차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누가 요직을 맡았다는 소식이 실시간 속보로 전달됩니다. 한국 정부의 준비 상황도 속속 나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골프광’인 트럼프와 만남에 대비해 다시 골프 연습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두 번째 트럼프 시대를 앞두고 여러 전망이 나옵니다. ‘미국 우선주의’가 더 강해질 것이라는 우려는 이제 기정사실입니다. 그가 공약한 감세와 보호무역주의, 이민 장벽 등이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도 뻔해 보입니다.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윤 대통령처럼 골프 기술을 연마해 트럼프와 친밀도를 높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요. 주간경향 이번 호는 표지 이야기로 ‘더 강해진 트럼프주의’를 준비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우려했지만 트럼프는 결국 돌아왔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트럼프의 승리가 말하는 ‘시대정신’은 무엇일까요. 다양한 국적의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물었습니다. 또 문재인 정부 시절 트럼프 1기 정부를 상대해봤던 한국 외교·안보 전문가들에게 경험담을 들었습니다. <손자병법>에는 ‘지피지기 백전불태’라는 말이 나옵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입니다. 트럼프 시대, 준비되셨습니까.
<홍진수 편집장 soo43@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