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5일 찾은 서울 종로구 백사실계곡. 숲이 우거진 계곡은 도심 속 힐링 공간이다. 이맘때면 단풍이 절정이라 내심 고운 단풍을 기대했다. 하지만 나뭇잎 대부분은 아직 푸르렀다. 양지바른 곳에 자리한 단 한그루의 단풍나무만 오후 햇살을 받아 곱고 붉었다. 제대로 된 단풍을 보려면 한 주 후에나 다시 찾아야 할 것 같았다.
“예전 같았으면 절정인데, 11월 초인데도 좀처럼 붉고 노랗게 물들어 장관을 이루는 모습을 보기 어렵네요.” 계곡을 찾아 예쁜 단풍을 기대했던 한 시민이 아쉬움에 내뱉은 말이다. 단풍은 기온이 낮아지면서 시작된다. 최저기온이 5도 이하로 내려가야 한다. 하지만 올해는 여름 같은 가을이 계속되면서 단풍이 예년에 비해 늦어졌다. 곧 추위가 닥칠 태세인데 올해는 단풍이 ‘실종’ 상태다.
기후 전문가들은 앞으로 단풍 시기가 더 늦어질 가능성이 있고, 심할 경우 단풍 절정도 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으로는 붉게 물든 단풍사진을 찍는 일이 점점 힘들어질 것만 같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