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돌봄을 받는다. 태어나면 부모와 가족으로부터 돌봄을 받고 자라면서도 마찬가지. 그리고 태어날 때만큼이나 연약한 나이가 되면 다시 돌봄을 받는 존재가 된다.
미국의 동화 작가 메리 맵스 도지(Mary Mapes Dodge)가 1895년에 쓴 소설 <한스 브링커의 은빛 스케이트>에는 둑의 구멍을 맨손으로 막아 마을을 지켜낸 소년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비록 어린 나이지만 소년은 작은 구멍을 그대로 놓아두면 둑 전체가 무너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소년은 손가락으로, 그리고 손과 팔을 이용해 둑의 구멍을 막았기 때문에 그가 사는 마을이 무사할 수 있었다.
우리 사회의 균열은 몇 군데일까? ‘돌봄의 공공성’에 난 균열은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다. 서울시가 운영했던 공공돌봄서비스인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폐지됐다. 부모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이 함께 육아에 참여하는 여성가족부의 ‘돌봄공동체 지원 사업’도 폐지됐다. 정부가 균열에 정을 대고 못질을 하고 있다.
지난 10월 2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10·29 국제 돌봄의 날 조직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서비스가 전혀 없는 상황에 부닥친 치매 부모를 모시는 자식들, 장애 가족을 돌보는 ‘독박 돌봄’ 중인 사람들이 한 해에 16.4명, 매달 1.4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미국의 한 소설가가 1895년에도 이해하고 있던 ‘균열’의 무서움을 아직 모르는 듯 보인다.
<이준헌 기자 heo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