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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수 편집장

홍진수 편집장

‘일상(日常)’이란 단어는 지루함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국어사전은 일상을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이라고 풀이합니다. ‘매일 똑같이 굴러가는 하루’가 지겨워 ‘아파트 옥상에서 번지점프’와 ‘신도림역 안에서 스트립쇼’를 상상하는 노래(자우림 ‘일탈’·1997)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일상만큼 소중한 것이 또 없습니다. 하루하루 똑같은 삶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아무런 사고 없이 살아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요. ‘소소한 일상에 감사하라’는 잠언이 많은 사람에게 공감받는 이유입니다.

일상을 지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만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일상입니다. ‘평범하게, 남들처럼’ 사는 게 가장 어렵다고도 하죠.

이렇게 지켜온 일상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흔들린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는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내 일상이 파괴됐을 때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다시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무너져내렸다면 평범한 개인이 감당할 수 있을까요.

주간경향 이번 호는 일상이 무너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표지 이야기는 남북관계 경색으로 ‘골병이 든’ 접경 지역 마을을 다녀왔습니다. 한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마주 보는 인천 강화군 북단의 마을 당산리는 몇 달째 북한군의 확성기 소음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지난 7월부터 적게는 하루 20시간, 많게는 24시간 내내 소음을 견뎌야 합니다. 마을의 8개 지점에서 소음을 측정해보니 지하철보다 더 심한 수준이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소리가 크기만 한 게 아닙니다. 여자 비명, 늑대 울음소리,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 소리, 전투기가 추락하는 소리, 사이렌 소리 등이 번갈아 가며 들립니다. 수면 장애에 시달려 수면제를 먹는 주민도 있습니다. 두꺼운 유리로 창문을 교체하고 스티로폼을 덧대도 소용이 없습니다.

오는 10월 29일 2주기를 맞는 ‘이태원 참사’의 유가족들은 아직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작가와 활동가들이 이태원 참사를 애도하고 기억하고자 결성한 ‘10·29 이태원 참사 작가기록단’이 이들의 지난 2년간 이야기를 기록집 <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 이태원 참사 가족들이 길 위에 새겨온 730일의 이야기>로 냈습니다. 유가족 활동에 전면에 나섰던 부모들의 이야기부터 지역·해외에서 드러나지 못했던 유가족들의 심경, 트라우마, 참사 이후의 삶을 기록했습니다.

35년 만에 문 닫을 위기에 처한 방송사 TBS 구성원들의 목소리도 전합니다. 한국사회에서 실직은 곧 생존위기입니다. 보수진영은TBS의 위기가 ‘정치 편향성’ 때문이라 주장하는데 그렇다고 수백 명의 목숨줄을 끊는 것이 맞을까요.

<홍진수 편집장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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