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옛 페이스북)가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주와의 소셜미디어 중독 소송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였다. 매사추세츠주는 메타가 인스타그램에 중독성 기능을 의도적으로 포함하고, 10대 정신건강에 대한 위험을 고의로 은폐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10월 18일 법원은 매사추세츠주의 소송을 기각해 달라는 메타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판결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를 다시금 점화시키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소셜미디어는 어떻게 우리를 중독시키는 것일까?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주요 중독 메커니즘을 살펴보자.
첫째, ‘무한 스크롤’ 기능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콘텐츠의 흐름은 사용자의 시간 감각을 마비시킨다. ‘조금만 더’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가 어느새 수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둘째, ‘좋아요’ 시스템이다. 이는 도파민을 분비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장치다. 누군가가 내 게시물에 반응할 때마다 작은 쾌감을 느끼게 되고, 이는 지속적인 플랫폼 사용을 유도한다.
셋째, 푸시 알림이다. “당신의 게시물에 ‘좋아요’가 달렸습니다”, “친구가 새 게시물을 올렸습니다” 등의 알림은 ‘FOMO(Fear of Missing Out·소외에 대한 두려움)’를 자극한다. 이는 플랫폼을 떠나 있을 때도 불안감을 조성한다.
넷째, 개인화된 알고리즘이다. AI는 사용자의 관심사를 분석해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한다. 이는 마치 카지노의 슬롯머신처럼 간헐적 보상을 통해 사용자를 붙잡아둔다.
다섯째, 게임화(Gamification)다. 레벨, 포인트, 배지, 순위표 등 게임 요소를 도입해 사용자의 경쟁심을 자극하고, 플랫폼 이용을 유희적인 활동으로 변모시킨다. 이는 사용자의 중독성을 더욱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기법들은 사용자의 심리적 취약성을 교묘하게 이용해 플랫폼 이용 시간을 늘리고,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활용된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중독성이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이다. 메타의 내부 연구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이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음에도, 경영진들은 이를 개선하려는 조치를 거부했다고 한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소셜미디어 기업들의 책임성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 연방법원을 비롯해 몇 개 주가 비슷한 소송을 제기해 진행 중이며, 이는 소셜미디어 업계 전반에 변화를 촉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기술은 우리 삶에 풍요로움을 가져다주었지만 동시에 중독, 정보 편향, 사생활 침해 등 새로운 문제들을 야기했다. 메타를 둘러싼 이번 소송은 단순한 법적 분쟁을 넘어 디지털 시대의 윤리적 딜레마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우리는 기술의 주인이 돼야지, 기술의 노예가 돼서는 안 된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윤리를 정립하고, 기술과 인간의 조화로운 공존을 모색해야 할 때다. 그래야만 기술이 인간의 삶을 더욱더 풍요롭게 만드는 도구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사용자 보호를 위한 더욱 적극적인 조처를 해야 한다. 중독성 설계 기법에 대한 규제 강화, 연령 및 사용시간 제한 기능 도입, 중독 예방 교육 프로그램 제공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류한석 IT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