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해녀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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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후] 나도 해녀가 될 수 있을까

나도 해녀가 될 수 있을까. 제주 해녀 문화가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뒤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정작 해녀 수는 점점 줄어 소멸위기인 상황을 취재하면서 한번 상상해봤다. 잠수복을 입어야 하고, 숨을 오래 참아야 하고, 수 미터 깊이의 바닷속에 들어가야 하고, 수영을 잘해야 하고, 해산물을 찾아야 하고…. 제주엔 해녀학교가 있어 외지인도 해녀가 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고 하니 그곳에서 배우면 될 것이다. 쉽진 않겠지만 여차저차 공부하고 익숙해지면 가능할 것도 같다.

그런데 취재를 하면 할수록 해녀가 되기 어려운 이유는 ‘기술’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 어려운 것은 해녀들 사이에 녹아 있는 ‘공동체 문화’였다. 해녀들은 바다에 들어가기 전후 불턱(해녀들의 쉼터)에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어떻게 지냈는지 서로 안부를 묻고, 마을에 무슨 일이 있으면 일종의 의사결정도 이 불턱에서 한다. 실력이 좋든 안 좋든, 나이가 많든 적든 채취한 해산물을 함께 나누는 문화도 있다. 젊은 해녀가 낳은 아이를 마을의 해녀 할머니들이 함께 키운다고 할 정도로 끈끈하게 연결돼 있다.

이런 공동체 문화는 무한경쟁, 각자도생, 이기주의 시대를 사는 청년이 보기에 다소 어색하다. 지금 청년들은 협동해 무언가를 성취하고 함께 나누는 것보다는 나 혼자 먹고살기 바쁜 세대다. 관계는 단절돼 있고 일상의 희로애락을 나눌 대상도 찾기 힘든, 그런 세대다. 해녀들을 위협하는 기후위기와 바다 오염도 어찌 보면 공동체 문화의 상실 때문이다. 올해 지독하게 덥고 긴 여름을 날 때 우리 집은 에어컨을 뻥뻥 틀어 시원함을 유지하면서도 집 바깥의 지구온난화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매일 쓰레기를 만들고 버리면서도 어디에 묻히는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 결과를 온몸으로 느끼는 건 해녀들이었다.

한 청년 해녀는 “매일 바다에 나가고, 매일 바다가 이상해진다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40년 가까운 경력의 다른 해녀는 “우리 집을 가꾸듯이 바다를 사랑한다면 바다 환경은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우리가 계승해야 할 해녀 문화란 어떤 것인지, 무엇이 소멸하고 있는지 제대로 곱씹어 봐야겠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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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오늘을 생각한다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지난 6월 10일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수원시 장안구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집단 아동학대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해자들의 범죄행위에 치를 떨면서, 피해 아동 보호자들이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는 망가진 시스템에 분노한다. 만 2세 반 어린이 13명에게 2명의 교사가 상습 폭력을 가했다. 경찰이 확보한 35일 치 CCTV에서 350건의 학대 행위가 발견됐고, 가해 교사 2명과 원장이 상습 아동학대와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원장은 아무런 행정 처분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가해 교사 2명은 자진 사직했기에 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수원시는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다 했다며,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 가족들은 수원시 행태가 마치 2차 가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동들은 여전히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 몇 번씩 잠에서 깨는 한 어린이는 “꿀향기반 선생님들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다른 어린이는 작은 소리에도 몸을 움찔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지난 1월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 신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5개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 만 2세 어린 아기들을 밀치고,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냅다 던져버리는 영상을 보며 엄마·아빠들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