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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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로 본 세상] 남북관계, 어디로 가는가

북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지난 10월 9일 조선중앙통신에 발표한 보도문에서 “우리 공화국의 주권행사 영역과 대한민국 영토를 철저히 분리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군사적 조치를 취한다는 것을 공포한다”고 밝혔다. 이어 “9일부터 대한민국과 연결된 우리 측 지역의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견고한 방어축성물들로 요새화하는 공사가 진행되게 된다”고 말했다.

10월 9일 찾은 경기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접경지역에서도 북한군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북한군 수십명이 임진강 강가에서 돌을 캐고 나르는 듯했다. 휴일을 맞아 전망대를 찾은 관광객들도 북한군들이 신기한 듯 망원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관광객들은 “오전에 저기에서 뭔가 폭발했대”, “지뢰가 있었던 거 아니야? 께름칙하네” 등 접경지역 북한군의 모습을 보며 추측성 이야기를 나눴다.

김명수 합동참모의장은 다음날인 10월 10일 합동참모본부에서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발표와 관련해 “동해선과 경의선은 작년 12월부터 차단조치가 이뤄졌고, 지난 8월 실질적으로 전체가 차단됐다”고 밝혔다. 이날 북한군이 경의선 도로 인근 등에 지뢰를 설치하고,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의 시설물들을 철거하는 사진이 함께 공개됐다.

합참이 공개한 사진을 보자 전망대에서 관광객들이 나눴던 이야기들이 귓가를 맴돌았다. ‘카더라’라고만 여겨지던 말들을 눈으로 확인하자 불안하고 께름칙한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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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뒤척인다. 겨우내 마음 편히 잠을 자지 못해 머리에 스모그가 낀 듯 무겁다. 창밖을 보니 눈이 내린다. 이상기온이 일상이 돼간다. 기후변화의 징후인 3월 중순 눈 쌓인 풍경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고 불길하다. 자연 시스템의 불안정성만큼이나 정치와 사법 시스템 또한 아슬아슬하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둘러싼 사회적 긴장은 한국 민주주의가 직면한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일만 년간 이어온 기후 안정성과 40여 년이 채 안 된 한국의 민주주의는 기간으로는 비할 데 아니지만, 우리 삶에 당연히 주어지는 조건으로 여겨졌던 점은 흡사하다. 이번 겨울 기후환경이든 정치체제든,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기후위기와 정치위기라는 무관해 보이는 두 위기는 사실 그 원인 면에서도 맞닿아 있는데, 효율과 성과가 최우선시되는 과정에서 다른 중요한 가치는 간과했다는 점이다. 한국사회는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법을 배웠지만,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구조를 전환하는 데 게을렀고, 정치적 다양성과 세대 간의 이해를 구현하지 못했다. 우리는 경쟁을 통해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방식의 성장이 우리 사회를 갉아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