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그냥이라는 말은 뭔가 좀 슬프네요.”
고립은둔 경험이 있는 한 청년의 말이다. 통계청이 매월 발표하는 고용동향에서 ‘그냥 쉬었음 청년인구’는 큰 관심을 받는다. 15~29세 청년 중에서 ‘일하지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고 쉬었다’고 응답한 인구다. ‘그냥 쉬었음 청년’은 지난 7월 기준 44만3000명, 8월 기준 46만명이다. ‘역대 최대’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그 규모가 작지 않으니 관련 기사도 많고, 말도 많다. 지난 8월 18일에 한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연합뉴스의 ‘7월 그냥 쉬었음 청년’ 통계 기사에는 댓글만 500개가 넘게 달렸다.
그냥 쉬었음 청년은 흔히 ‘니트족’(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으로 불리는데, 그 안의 ‘고립은둔청년’은 조금 다른 상황에 처해 있다. ‘일하지 않는다’로만 접근하면 이들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취재 중 만난 26세 청년은 17세부터 4년간 집에서만 고립생활을 하고도 ‘나이가 들었으니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했다. 고립은둔청년들은 주변에서 말을 보태지 않더라도, 이미 스스로 일하지 않는 자신을 못마땅해한다.
그런데도 일하기 어려운 까닭은 무엇일까. 그중 하나는 빈번한 구직 실패와 일터에서의 부정적 경험이다. 일을 무섭게 만드는 요인이다. 일자리 정책의 질 제고가 중요하고, 노동환경을 개선하라는 요구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일자리 제공’만으로 고립은둔청년의 사회 복귀를 온전히 돕기는 어렵다. 민간·공공에서 최근 추진 중인 고립은둔청년 지원정책을 보면 ‘일상회복’부터 시작해 ‘일경험’을 거쳐 ‘일자리 연계’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장기적 지원이 중요하고 일경험 자리와 일자리는 이들 특성에 맞게 새로 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고립은둔청년을 지원하는 ‘일하는학교’의 이정현 사무국장이 말한 “경험의 격차”가 계속 머릿속에 맴돈다. 유년기·청소년기에 가정과 학교에서 경제적이든, 관계적인 측면이든 지지기반이 약하면 ‘경험의 부재’로 사회에 나갈 힘을 키우지 못한다고 한다. 어떤 이는 컴퓨터 사용법을 모르고, 어떤 이는 소통하는 연습이 부족한 상태로 사회에 나오게 된다. 아이들을 잘 돌보는 사회를 어떻게 만들지 더 고민해야 한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