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굿 파트너>는 불륜과 이혼이 주된 소재입니다. 주인공은 이혼 소송업계 스타 변호사 차은경입니다. 차은경의 남편 김지상은 의사인데, 차은경이 재직 중인 로펌에 고문으로 합류해 사무실을 냈습니다. 그런데 최고 이혼 전문 변호사 차은경의 남편마저 불륜 행위를 했고, 상대방은 같은 로펌 실장 최사라입니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차은경은 최사라를 이혼전문팀 수석실장으로 승진시켰습니다. 최사라에게는 꿈에 그리던 대형로펌 개인 방이 생겼습니다.
빌드업(하나씩 쌓아올리기)을 마치는 순간 차은경은 최사라에게 한마디를 던집니다. “드디어 꿈을 이뤘네. 방에 다시 들어갈 필요 없어. 최사라 수석실장, 당신 해고야.” 모든 이의 주목을 받는 수석실장 승진 당일 해고한 것입니다. 최악의 순간 최사라는 악에 받쳐 “부당해고로 문제 삼겠다. 노동청으로 가겠다”고 했습니다(①대사 중에서 부당해고는 노동‘청’이 아니라 노동‘위원회’로 가겠다는 게 맞습니다. ②서면 통보 없는 구두 해고는 절차상 위법한데, 이 글에서 절차 위법은 논외로 하겠습니다. ③징계 해명 기회를 주지 않아서 해고 사유가 명확하지 않고 추리가 난무합니다만 이 글에서는 해고 사유를 사내 불륜과 회사 명예실추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직장인들의 익명 게시판 애플리케이션(앱) ‘블라인드’에는 종종 자극적인 사내 불륜 투서가 올라옵니다. 불륜이 공론화되면 회사는 당혹스럽습니다. 그래서 조용히 마무리 짓고자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는다면 사생활로 해고하겠다”며 사직을 권유합니다(권고사직). 근로자는 버티다가 해고당할 것인가 사직할 것인가 선택합니다. 일단 사직서를 내고 해고를 다투는 예도 있는데, “마음속으로는 피고의 퇴직 권고를 선뜻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할지라도 징계해고를 당할 경우 평판 등에 악영향을 미쳐 사실상 가정생활이나 재취업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으니 당시의 상황으로서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해 퇴직의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써 사직서가 ‘유효’라고 봅니다(대구지법 2020가합203194).
그런데 해고를 당한 최사라가 실제로 부당해고를 문제 삼으면 어찌 될까요. 사적인 불륜이 징계 사유가 될 수 있는지, 사유가 인정되더라도 징계양정에 적절한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선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 연애랑 일이랑 무슨 상관이죠?
근로자가 기혼인 사람과 불륜 행위를 하더라도 일단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의 영역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과는 달리 회사 구성원에게 직접적·구체적인 법적 피해가 없을 수 있습니다. 신경이 쓰이고 때로는 불쾌할 수 있을지언정 피해자라고 나서기도 어렵습니다. 간통죄가 폐지돼 형사상 불법도 아닙니다. 회사가 사생활을 이유로 징계를 내리는 것은 과도한 간섭일 수도 있습니다.
기혼 여성과 불륜을 저질렀던 근로자가 해고를 당하자 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로 판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①근로자의 불륜 상대는 직장 내 동료나 부하직원이 아니고, 사적인 동호회에서 만난 사람이며 그로 인해 업무에 지장을 준 사실이 없는 점 ②근로자의 불륜으로 인해 상대 가정을 파탄에 이르도록 했다고 볼 만한 근거가 없는 점 ③사용자는 제보 이전에 근로자의 비위행위를 알지 못했고, 근로자의 불륜으로 사용자에게 중대한 손해나 손실이 발생한 사실이 없는 점 ④근로자는 스스로 거주지를 옮기고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볼 때 근로자의 비위행위에 비해 해고는 양정이 과해 부당하다고 봤습니다(서울지방노동위원회 2017부해1787·양정과다). 불륜 상대가 직장 내 동료나 부하직원이 아니었고, 회사에 미친 영향이 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회사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것은 다분히 주관적이긴 합니다. 드라마 속 최사라도 이렇게 되묻습니다. “연애랑 일이랑 무슨 상관이죠?”
A는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성실한 공무원으로 알려졌지만, 근무시간 중 종종 무단이탈을 했습니다. 그 시간 동료 B 씨와 부정행위를 저지르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비밀스러운 관계는 결국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고,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나갔습니다. 어느 날 해당 기관의 홈페이지에는 ‘상간녀의 파면을 요청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와 파문이 일었고, 기관의 명예는 크게 실추됐습니다. 이런 경우 해고가 정당하다고 봅니다(서울지노위 2023부해1107).
즉 단순한 불륜만으로는 부족하고 특이점이 있어야 해고가 정당하다고 봅니다. 어느 회사 규정에는 ‘▲불륜 상대방이 동종 직종인 경우 ▲언론 보도 등으로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큰 경우 ▲불륜관계가 일정기간 지속되는 경우’ 중징계를 하라는 규정도 있습니다. 교사나 공무원과 같이 직업적 소명이 중요해 징계가 가중되는 직업도 있습니다.
같은 회사 직원이자 초등학교 동창과 장기간 불륜 행위를 했는데 그 배우자 역시 같은 회사에 재직 중이면 배우자가 겪는 정신적 고통을 고려합니다. 직장인 익명 게시판 앱에 그 사실이 광범위하게 전파돼 회사가 쌓아온 건전한 기업 이미지와 명예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경우, 더구나 주로 여성 고객을 상대로 화장품 판매 사업을 하는 회사라 직장 내 성 관련 부정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해야 할 필요가 크다고도 봤습니다(서울서부지법 2018가합40129: 대법원 확정). 공기업 근로자가 미혼인 피해자와 불륜 행위를 했고, 그 사실을 직장 상사와 동료에게 널리 전파한 사건(서울지방노동위원회 2018부해1547)도 있습니다.
훨씬 ‘매운맛’ 사건도 많이 있습니다. 금융기관 종사자가 미성년자인 직원과 불륜 행위를 해 해고한 사건(서울지노위 2018부해48), 사법연수원 내에서 불륜, 그에 따른 배우자의 자살 사건이 인터넷 카페 등에 전파되고 언론에 보도됨으로써 사법연수원의 위신이 크게 훼손돼 파면한 사건(의정부지법 2014구합712: 대법원 확정), 불륜에 더해 변태 행위를 하고 성관계 장면을 촬영, 그 내용이 방송 보도돼 회사까지 특정된 된 사건(인천지노위 2024부해234) 등.
■ 최사라 수석실장 해고는 정당한가?
불륜 이혼 서사 드라마답게, 최사라 수석실장 케이스는 사내 불륜 중에서도 많은 특이점이 있는 경우입니다. ①일단 상사의 배우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은 단순한 비위 행위를 넘어 직장 질서 문란 행위입니다 ②불륜 상대방인 김지상 역시 로펌 고문으로 회사 내부 구성원인 점은 조직의 신뢰를 손상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③단순한 일회성 관계가 아니라 배우자가 있는 상태에서 동거하면서 상당 기간 지속한 불륜은 비위 정도가 가볍지 않습니다 ④최사라가 불륜과 관련해 차은경의 초등학생 딸에게 찾아가 기망하고 양육권자로 엄마를 선택하라고 강요한 것은 사회 통념상 용납할 수 없는 행위입니다 ⑤로펌 내에서의 불륜 관계가 다른 직원들에게 알려지면서 근무 분위기를 저해하고 직장 내 위계질서를 크게 어지럽히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⑥사내 불륜은 회사 외부에도 알려졌고, 특히 이혼변호사로 잘 알려진 차은경과 보수적이고 건전한 이미지를 쌓아온 로펌의 명예를 크게 실추시켰습니다. 결국 회사의 평판과 매출에 직접적인 손해를 끼치는 행위입니다 ⑦드라마에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다른 근로자의 징계 사례와도 비교해 징계 형평을 맞추는 것도 중요합니다. 정리하면, 단순 사생활로 치부하기에는 회사의 명예와 위신에 끼치는 악영향으로 징계 해고 사유가 인정되고, 해고의 징계양정도 적정하다고 볼 것 같습니다.
사랑에 빠진 것이 죄는 아니지만, 그 사랑이 회사의 명예와 조직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순간 해고의 위기가 찾아올 수 있습니다. 근로자와 사용자를 막론하고 추구해야 할 것은 ‘내 행동이 주변과 조직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라는 책임감이 아닐까 합니다.
<한용현 법률사무소 해내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