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 모시짜기’ 1500년 전통, 우표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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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사업본부가 발행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한산 모시짜기 기념우표 / 우정사업본부 제공

우정사업본부가 발행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한산 모시짜기 기념우표 / 우정사업본부 제공

우정사업본부가 지난 9월 27일 한산 모시짜기를 담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기념우표 34만장을 발행한다고 밝혔다. 우표에는 여인이 베틀에 앉아 모시 옷감을 만드는 ‘모시짜기’, 모시실타래를 풀어 날실로 사용할 수 있도록 날실 다발을 만드는 ‘모시날기’ 모습이 담겨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앞서 ‘씨름’, ‘매사냥’, ‘제주해녀문화’, ‘처용무’, ‘남사당놀이’ 등 다른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기념우표도 제작했다. 우표는 총괄우체국이나 인터넷 우체국에서 살 수 있다.

한산 모시짜기는 충남 서천군 한산면의 전통 모시 직조 기술이다. 모시는 자연 원료인 모시풀에서 얻은 실을 이용해 만든 전통 여름 옷감으로, 삼국시대부터 약 1500년간 이어져 왔다. 통일신라 시대 때 당나라에 모시를 보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한산모시가 처음 상업화한 것은 조선 후기인 18세기 무렵이다. 모시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확산하자 가족 내 분업, 마을 내 협업으로 모시를 생산했다. 아예 모시짜기를 하는 두레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모시짜기가 화합과 결속의 수단으로 이용된 셈이다.

통상 모시풀은 5~6월, 8월 초~하순, 10월 초~하순 등 1년에 3번 정도 수확한다. 한산 지역은 모시의 품질이 우수한 것으로 유명하다. 여름 평균기온이 높고 해풍으로 습한 데다, 토양도 비옥한 편이다.

모시를 만드는 데는 여러 작업이 필요하다. 우선 수확한 모시를 훑고 겉껍질을 벗겨 태모시를 만든다. 하루쯤 물에 담갔다가 말린 뒤 이를 다시 물에 적셔 올을 하나하나 쪼개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를 ‘모시째기’라 한다. 쪼갠 모시올을 이어 실을 만드는 과정은 ‘모시삼기’다. 이 과정에서 실의 품질이 결정되기 때문에 특히 중요하다.

이후 만들어진 실을 체에 일정한 크기로 서려 담고, 노끈으로 열십자(十) 모양으로 담아 ‘모시굿’을 만든다. 다음으로 실의 굵기를 결정하는 ‘모시날기’, 풀을 먹이는 ‘모시매기’ 과정을 거친 뒤 베틀을 이용해 모시를 짠다. 마지막으로 물에 적셔 햇빛에 여러 번 말리는 모시표백 과정을 거치면 흰 모시가 만들어진다.

모시 제작 기술은 그간 여성을 중심으로 기술이 전승됐다. 어머니가 딸 또는 며느리에게 전수하는 방식으로 명맥이 이어졌다. 모시가 화폐 역할도 한 탓에 모시짜기는 여성이 소득을 얻는 주된 수단이 됐다. 모시는 의례복, 군복, 상복 등 다양한 옷가지에 쓰였다. 흰 모시옷은 한민족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이기도 했다.

산업화 이후 저렴하고 다루기 쉬운 작물이 국내에 도입되면서 모시의 인기도 떨어졌다. 정부는 모시짜기의 명맥을 잇고자 1967년 한산모시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했다. 2011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도 등재됐다.

최근에는 충남에서 대략 500명이 모시짜기와 관련된 일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능보유자 방연옥 장인이 젊은이들에게 한산 모시짜기 전통을 전승하고 있다. 충남 서천군에는 한산모시 홍보를 위한 한산모시관이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 가면 장인이 직접 모시를 제작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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