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가을이 시작된다는 백로(白露)가 지났다. 24절기를 보면 계절의 흐름을 알 수 있다고 하지만 올해는 아니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9월 10일 전국 대부분에 폭염 특보가 발효되고, 서울 전역에는 2008년 폭염특보제가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9월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이날 찾은 서울 동대문구 ‘지식의 꽃밭’. 주황빛으로 활짝 펴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하는 황화 코스모스 곁에 핀 여름꽃 해바라기는 가을에 자리를 넘겨주기 싫은 듯, 강하게 내리쬐는 태양을 향해 고개를 들고 있었다. 코스모스와 해바라기가 기싸움을 하는 꽃밭은 마음을 다독이는 풍경이었지만, 폭염에 찾는 이는 드물었다.
올해 전국 평균 열대야 발생 일수는 20.2일로 역대 최장 기록을 썼다. 밤낮으로 무더운 날씨가 이어진 여름은 쉽게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뜨거운 햇볕에도 황화 코스모스는 조용히 주황빛으로 빛나며 가을이 오고 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조태형 기자 phototo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