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퓨달리즘
야니스 바루파키스 지음·노정태 옮김·21세기북스·2만4000원
빅테크 기업의 기술은 편의를 제공하는 혁신, 인공지능(AI)은 충직한 비서라고 광고한다. 하지만 빅테크와 그들이 만든 디지털 혁명이 정말 편의만 제공할까? 저자인 전 그리스 재무장관 야니스 바루파키스는 “빅테크는 플랫폼으로 봉건제의 영지를 꾸리고 알고리즘으로 우리를 자발적 데이터 농노로 만들어 새로운 봉건주의 시대의 영주가 되었다”고 말한다. 책 제목 <테크노퓨달리즘>(Technofeudalism)은 기술을 뜻하는 테크(Tech)와 봉건제도(feudalism)를 합친 말이다.
페이스북 등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사람들이 생각 없이 쓴 온갖 의견을 모두 알고 있다. 애플과 구글 등은 우리가 무엇을 보고 누구를 어디서 만나는지 등 개인정보를 우리보다 더 자세히 기억한다. 클라우드 기반의 기업들이 시민의 정보를 모아 우리가 모르는 사이 정체성의 일면을 훔치고 있다. 저자는 “우리는 놀이처럼 정보를 제공하며 클라우드 기업의 자본을 대신 생산해주고 있다”며 “무급 생산 노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도 못한 채 빅테크 기업의 배를 불리는 클라우드 농노로 전락하고 있다”고 말한다.
책은 클라우드 자본과 알고리즘 등의 디지털 혁명이 자본주의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탐구하고, 국가 시스템과 지정학적 이해관계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살펴본다. 또 그리스신화를 바탕으로 기술의 변화가 우리 정신을 어떻게 황폐화하는지와 세계 권력의 규칙을 다시 쓰는지 보여준다. 궁극적으로 이를 전복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선택을 조정하는 AI와 클라우드 영주에 맞서 자유를 되찾는 방법을 강구한다.
너는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김희선 지음·민음사·1만7000원
혼령이 출몰하는 소설 세계와 살인마가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현실 세계 중 더 불가사의한 곳은 어디일까. 거대한 미지의 세계를 탐험할 준비가 된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스릴러와 환상, 추리물을 종횡무진 넘나드는 소설가 김희선이 꼽은 미스터리 서평집이다. 미스터리로부터 배운 현실 감각은 소설의 안과 밖을 넘나들며 삶의 지혜를 제공한다.
헬렌 켈러
맥스 월리스 지음·장상미 옮김·아르테·4만4000원
헬렌 켈러의 여정을 다시 추적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평전이다. 책은 성별과 계급, 인종 등 차별에 맞서 싸워 온 정치적 활동에 초점을 맞춰 조명한다. FBI 비밀 문건과 개인 일기, 서신 등 방대한 증거를 쫓으며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통해 복잡한 20세기 정치사 속 신념을 지닌 인물로 그려냈다.
사카나와 일본
서영찬 지음·동아시아·2만9800원
에도시대부터 21세기 도쿄까지 갯내음 가득한 밥상을 통해 일본 사회를 들여다본다. 30여 가지 수산물로 요리한 이야기에는 우리와 닮은 듯 다른 일본 어식 문화가 담겨 있다. 일본에서 수산물이 어떻게 소비되고 지역에 따라 다르게 인식됐는지, 왜 같은 재료를 다른 조리법으로 요리했는지 등을 통찰하며 사회를 읽어낸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