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앙을 팔아넘기는 위선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재앙의 지리학

로리 파슨스 지음·추선영 옮김·오월의봄·1만9800원

[신간] 기후재앙을 팔아넘기는 위선

표지 사진은 아프리카 가나의 수도 아크라 해변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옷 쓰레기 모습이다. 세계적인 공급망을 구축한 ‘패스트패션’ 기업들이 생산한 옷들이 이렇게 한 지역을 오염시킨다. 패스트패션 기업의 옷을 저렴하게 구입해 입는 사람들, 거기서 이익을 얻는 기업들은 이 장소로부터 ‘지리적’으로 먼 곳에 있다.

기후변화와 연관된 불평등·노동환경 등을 연구하는 저자는 다국적 기업들이 가난한 국가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환경오염과 기후붕괴를 함께 팔아넘겼다고 지적한다. 부유한 국가들은 자국 내 ‘탄소 감축’ 성과를 내놓는데 실상은 가난한 나라로 ‘탄소 생산’을 밀어냈을 뿐이다. 저자는 전 세계 공급망 안에서 ‘지속가능성’이 있는 ‘친환경 제품’은 왜 허상일 수밖에 없는지, 그 안의 피해는 얼마나 불평등하게 일어나는지 파헤친다.

저자는 캄보디아 벽돌공장·의류공장에서 현장 연구를 진행했다. 이곳 노동자들의 삶을 전한다. 기후 문제를 통계나 이미지로 이해하는 것에서, 개인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것으로 나아가길 촉구한다.

불확실한 걸 못 견디는 사람들

아리 크루글란스키 지음·정미나 옮김·알에이치코리아·2만원

[신간] 기후재앙을 팔아넘기는 위선

자신의 진로나 주식시장, 국제 정세가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고 싶어하지만 어느 것 하나 확신하기 어려운 세계에 살고 있다. 대부분이 그러한데 그중에서도 유독 ‘불확실성’을 없애고 싶어하는 이들이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저자는 이를 ‘종결 욕구’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그는 유럽 일부 젊은 층의 백인우월주의·극단주의 활동도 이 종결 욕구의 결과로 본다. 이 책에서는 불확실성에 대한 인간의 반응이 어떻게 다른지, 종결 욕구가 개인의 삶이나 사회, 정치에 미친 영향 등을 다룬다. 불확실성을 다루는 태도와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조언한다.

한국인의 기원

박정재 지음·바다출판사·2만4800원

[신간] 기후재앙을 팔아넘기는 위선

박정재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가 고고학, 역사학, 언어학 연구 등에 흩어져 있던 데이터를 통합해 한국인의 뿌리를 설명한다. 아프리카에서 한반도까지 이동한 인류에서 기후난민으로서 한반도에 정착한 한국인의 기원을 추적한다.

유행과 전통 사이, 서울 패션 이야기

임은혁 외 지음·시대의창·1만8800원

[신간] 기후재앙을 팔아넘기는 위선

이 책은 ‘패션’의 관점으로 서울을 분석한다. 종로, 동대문, 명동, 이태원, 성수동 등 패션의 중심지별로 각기 다른 패션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시대별로 사회적 분위기, 산업의 흥망성쇠, 소비문화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일곱채의 빈집

사만타 슈웨블린 지음·엄지영 옮김·창비·1만5000원

[신간] 기후재앙을 팔아넘기는 위선

세 차례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르며 스페인어권 문학의 ‘젊은 거장’이라 불리는 사만타 슈웨블린의 단편 7편을 묶었다. 모두 ‘집’을 소재로 하며 반전과 공포, 긴장감이 감도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2022년 전미도서상 번역 부문 수상작이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신간바로가기

이미지
용산의 역경루
오늘을 생각한다
용산의 역경루
공손찬은 중국 후한 말 북방민족들이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 정도로 위세를 떨쳤던 화북의 군벌이다. 오늘날 베이징 근처 유주를 근거지로 세력을 키웠던 공손찬은 백마의종이라는 막강한 기병대를 중심으로 황건적과 만리장성 넘어 이민족들을 토벌하며 군세를 넓혀갔다. 탁월한 군사적 재능을 갖췄으나 성품이 포악했던 공손찬은 폭정을 일삼으며 민심을 크게 잃는다. 왕찬이 기록한 <한말영웅기(漢末英雄記)>에 의하면 공손찬은 자신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본다는 이유로 부하를 죽이는가 하면 유능한 관료들을 쫓아내고 점쟁이를 측근에 등용하는 등 막장 행각을 벌였다. 하루는 백성들 사이에서 덕망 높았던 관리 유우를 저자에 세워놓고 ‘네가 천자가 될 인물이라면 비가 내릴 것이다’라고 말한 뒤 비가 내리지 않자 그 자리에서 죽여버렸다. 분개한 수만의 유주 백성들은 유우의 아들과 합세해 공손찬을 공격했고, 라이벌 원소와 이민족들까지 연합해 공격하니 공손찬은 고립무원에 처한다. 사방이 포위된 공손찬은 기주 역현에 거대한 요새를 짓고 농성에 들어가니 이 요새가 역경성이다. 자신의 남은 전력을 요새 건설에 쏟아부은 공손찬은 “300만석의 양곡을 다 먹고 나면 천하정세가 달라질 것이다”라고 말하고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향락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