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사람의 한국 현대사
이동해 지음·푸른역사·1만7900원
1935년 5월 21일 충남 아산에서 태어난 허홍무. 여느 역사책에 등장한 적 없는 이름이지만, 그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현대사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저자는 자신의 할아버지인 허홍무의 구술을 토대로 ‘한 개인의 현대사’를 쓴다. 그는 “일제강점기, 해방공간, 한국전쟁, 전후 시기에 걸쳐 독립운동가 혹은 구국 영웅처럼 거대한 사명을 지닌 사람들 말고, 말 그대로 ‘태어났기에 살아가는’ 이들은 어떻게 살았는지 보고자 했다”고 말한다.
허홍무의 유년기 기억은 일제강점기 농촌사회와 당시 지주 집안이 겪었던 일들을 유추해볼 수 있게 한다. 허홍무의 청년기는 한국전쟁을 지나 도시화에 휩쓸리기 시작한 때. 그가 눈앞에서 목격한 민간인 학살, 폭력적인 군대생활, 서울로 상경해 운전을 배운 일화 등이 담겨 있다. 당시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저자는 마을지, 총독부 관보, 학교 생활기록부, 군대 거주표 등의 자료를 확보해 구술을 검증했다. 사실 여부와 역사적 맥락을 같이 따졌다. 무명인의 구술을 ‘역사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였다.
낯선 이야기는 우리 곁에 있다
정헌목, 황의진 지음·반비·1만8000원
인류학의 관점에서 SF 작품을 읽는다. 인류학자 정헌목과 황의진은 어슐러 K. 르 귄의 <어둠의 왼손>,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 스타니스와프 렘의 <솔라리스> 등 고전 SF를 비롯해 김초엽의 <파견자들>, 배명훈의 <타워> 등 한국 SF 작품까지 11편의 작품을 두고 인류학 논의로 이끈다. 노예제와 식민주의, 불평등, 배제와 차별 등 인류가 만든 문화·제도·관습은 왜 문제적인가. 생식과 출산, 환경·생태 문제는 왜 위기인가. 이런 질문을 SF 작품에선 어떻게 구현했을까. 만약 SF 작품이 대안적 세계를 그렸다면 어떤 모습일까.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하고자 하는 인류학자의 질문이 가득하다.
부의 설계자들
지미 소니 지음·박세연, 임상훈 옮김·위즈덤하우스·3만6000원
일론 머스크(테슬라)와 피터 틸(팔란티어), 맥스 레브친(어펌) 등 세계적인 기술기업을 이끄는 이들은 20여 년 전 모두 ‘페이팔’에서 일했다. 당시 생경한 온라인 결제 플랫폼을 함께 만들며 그들은 무엇을 꿈꿨을까. 이들의 위기와 도전 이야기를 전한다.
한옥 적응기
정기황 지음·빨간소금·1만8000원
‘한옥’이란 말은 개항 이후 양옥, 일본 가옥과 구분하기 위해 처음 쓰였다. 그런데 우리 관념 속의 한옥은 조선시대 양반 가옥이다. 왜 그럴까. 도시연구자이자 건축가인 저자가 전통 가옥의 역사를 정리한다. 건축 기술적 측면부터 한반도 기후와 지형, 집과 건축에 대한 사회문화 권력의 개입까지 두루 살핀다.
아찰란 피크닉
오수완 지음·민음사·1만5000원
2099년 이후 미래의 어느 시점, 자칫 인간이 괴물로 전락할 수 있는 아찰란 공화국에서 인간으로 살아남기 위한 아이 7명의 분투기다. 괴물이 되지 않는 길은 오로지 ‘좋은 평가’를 받는 것. 이 소설은 ‘입시공화국 한국’을 빗댄 한 편의 우화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