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성별 격차가 확인됐다. 이번엔 챗GPT(ChatGPT) 활용 역량이다. 미국 시카고대학과 덴마크 코펜하겐대학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분야별 챗GPT 활용 정도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적게는 16%포인트, 많게는 20%포인트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보다 남성이 자신의 업무에 더 자주 생성 인공지능(AI)을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소프트웨어 개발에서부터 교육 분야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직무 영역에서 남성은 여성보다 더 높은 생성 AI 활용률을 보인다. 이러한 격차는 대학 캠퍼스에서도 유사하게 형성되고 있었다. 최근 노르웨이 경제대학이 공개한 연구보고서를 보면, ‘챗GPT를 항상 사용하느냐’는 질문에 여성 대학생은 30%, 남성 대학생은 44.3%가 그렇다고 답변했다. 14.3%포인트라는 적지 않은 격차가 확인된 것이다.
사실 챗GPT의 활용 역량이 개인의 직무 역량 향상과 당장 직결되진 않는다. 둘 사이의 비례적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신뢰할 만한 보고나 연구가 제기된 적도 거의 없다. 하지만 기업이라는 직무 현장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동일한 경영대학 졸업생이라면 챗GPT와 같은 AI 활용 역량을 갖춘 인재를 관리자들이 더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앞의 노르웨이 경제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주요 기업 관리자들은 AI의 활용 역량을 갖춘 인재를 그렇지 않은 인재보다 우대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그뿐만 아니라 관리자가 한 명의 AI 기술 보유자와 그렇지 않은 지원자를 비교할 때, AI 기술 보유자를 인터뷰 대상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미 기업들은 생성 AI가 생산성 향상에 도움을 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재의 격차가 앞으로도 유지될 것이라는 예측은 성급하다. 여성이 더 빠르게 활용 역량을 키울 기회는 충분히 남아 있다. 하지만 격차의 존재를 무시하긴 어렵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들 안에서 선호 인재 유형이 바뀌어 가고 있는 요즘, 생성 AI 활용 기량 보유 여부는 취업 기회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채용 담당자들이 AI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더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적도 여러 차례다. 이러한 큰 흐름은 자칫 여성들에게 불리한 조건을 초래할 수도 있다. AI 활용 격차가 노동시장의 진입 기회를 좌지우지함으로써 여성 인재를 부분적으로 배제하는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 있어서다.
여성은 AI 설계 분야에서도 여전히 소수로 남아 있다. 개선의 조짐은 보이지만 그 속도가 빠르진 않다. 여기에 더해 직무 활용 분야에서까지 격차가 존속된다면 AI 기술은 과거 근대 과학기술이 그러했던 것처럼 남성 중심의 특수한 장벽으로 기능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AI 모델의 남성 편향성, AI 애플리케이션의 성 고정관념 모방은 좀체 해결되기 어려워진다. 온라인 게임처럼 성별 편향과 차별이 일상화하는 산업 영역으로 고착화할 수도 있다.
AI 기술은 그것의 설계든 활용이든 다양성을 수용할 때 더 높은 차별적 가치를 발산하게 된다. 시장에서의 경쟁력과 넓은 도달률도 갖추게 된다. 기술의 설계에서부터 활용, 서비스에 이르는 모든 사이클에서 여성의 관여는 그래서 필수적이다. 다양성을 포용하지 못하는 AI 기술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AI 혁신을 위한 여성의 참여를 더욱 독려할 필요가 있다. 배려가 아닌 AI 기술의 신뢰도와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