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틀막’ 실세의 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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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

지난 7월 23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명예전역을 신청했다. 정년이 남은 군인이 남은 정년까지 수령할 급여의 50%를 일시 수령하고 명예롭게 전역하는 제도다. 다만 직무상 범죄 혐의로 수사나 재판을 받는 사람은 신청할 수 없다. 형사 절차가 마무리되면 징계 심의 등 후속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전역해버리면 사실상 손을 쓸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임 전 사단장은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에 따라 검찰과 공수처에서 각각 업무상과실치사, 직권남용죄로 수사를 받는 피의자로 현행법상 명예전역 신청이 불가능함에도 신청서를 제출했고, 해병대사령관이 이를 수용했으며, 해군의 최종 심사를 앞둔 상태였다.

군인권센터는 지난 7월 31일부터 위법한 명예전역을 반대한다는 서명 운동을 개시했는데 5일 만에 2만2080개의 서명이 모였다. 시민의 분노가 그만큼 컸던 것이리라. 군인권센터 관계자들은 지난 8월 5일 아침, 서명이 한가득 담긴 박스를 국방부 장관에게 제출하고자 서울 용산에 있는 국방부 종합민원실을 찾았다.

국가원수의 신변을 경호하라고 만든 대통령경호처가 대통령 심기를 경호하는 친위대가 된 지 오래다. 그 중심에 대통령의 고교 선배이자 최근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용현 경호처장이 있다. 나라를 지켜야 할 군이 대통령 심기 경호의 연장선에 놓이게 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한다면 기우일까.

그런데 민원실 앞에서 대통령경호처 직원들과 경찰들이 가득 서서 기자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민원실이 군사보호시설이라며 촬영과 취재 목적 출입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경찰은 민원실에서 200m쯤 떨어진 지하철 삼각지역 인근 횡단보도도 바리케이드로 철통 봉쇄하고 카메라를 들고 있거나 기자로 보이는 사람들을 다 검문하고 잡아 세워 민원실 방향으로의 이동을 통제하기도 했다. 땡볕 아래 2시간의 대치 끝에 관심이 쏠린 서명서 전달은 취재기자 한 명 없이 텅 빈 민원실에서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군인권센터는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한 이후에도 여러 차례 민원실에서 서명 제출 같은 퍼포먼스를 진행한 바 있고, 기자들도 이를 촬영·취재하는 데 아무 어려움이 없었다. 참고로 민원실 건물에는 민간인들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빵집, 식당도 있고, 그 식당이 맛집이라며 홍보해주는 블로그 글도 금방 검색해볼 수 있다. 그런데 돌연 대통령실이 들어와서 인근이 다 군사보호구역이라 촬영과 취재가 불가능하다는 억지로 언론을 통제한 것이다.

윤석열 정권 들어 유독 경호처의 튀는 행동이 자주 회자된다. 대통령이 온 행사장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낸 국회의원과 시민들을 ‘입틀막(입을 틀어막음)’해서 끌고 나가더니, 얼마 전엔 대통령 배우자에게 국회 청문회 출석 요구서를 전달하러 대통령실 민원실을 찾은 야당 의원들을 소몰이하듯이 도로로 밀어내곤 요구서는 내다 버렸다. 이젠 아예 대통령이 ‘계시는’ 곳 주변이란 이유로 대통령 ‘보시기에’ 불쾌할 법한 민원은 조용히 내고 가라며 국방부 민원실 문을 닫아걸고 기자들의 발을 묶어 보도를 검열한다.

국가원수의 신변을 경호하라고 만든 대통령경호처가 대통령 심기를 경호하는 친위대가 된 지 오래다. 그 중심에 대통령의 고교 선배이자 최근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용현 경호처장이 있었다. 늘 문고리에서 최고 권력자의 심중을 헤아리는 사람이 정권의 실세로 꼽힌다. 김 후보자 역시 오래전부터 군 인사와 군 문제를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가 돌았고, 최근 임 전 사단장 로비 의혹 관련 녹취에도 이름이 등장한다. 그런 그가 국군을 직접 이끄는 국방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겨간다. 나라를 지켜야 할 군이 대통령 심기 경호의 연장선에 놓이게 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한다면 기우일까.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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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오늘을 생각한다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지난 6월 10일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수원시 장안구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집단 아동학대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해자들의 범죄행위에 치를 떨면서, 피해 아동 보호자들이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는 망가진 시스템에 분노한다. 만 2세 반 어린이 13명에게 2명의 교사가 상습 폭력을 가했다. 경찰이 확보한 35일 치 CCTV에서 350건의 학대 행위가 발견됐고, 가해 교사 2명과 원장이 상습 아동학대와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원장은 아무런 행정 처분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가해 교사 2명은 자진 사직했기에 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수원시는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다 했다며,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 가족들은 수원시 행태가 마치 2차 가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동들은 여전히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 몇 번씩 잠에서 깨는 한 어린이는 “꿀향기반 선생님들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다른 어린이는 작은 소리에도 몸을 움찔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지난 1월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 신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5개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 만 2세 어린 아기들을 밀치고,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냅다 던져버리는 영상을 보며 엄마·아빠들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