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처리 노동자’라는 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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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괜찮으시겠어요?” 지난 7월 26일 오후 지하 쓰레기 처리장의 노동환경을 취재하기 위해 경기 하남시 유니온파크에 방문했을 때였다. 평상복 차림에 샌들을 신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왔다는 기자에게 노동조합 관계자가 말했다. 뭐가 어떻길래 괜찮냐는 걸까, 그때까지도 미처 몰랐다.

되는 대로 1급 방진마스크, 헬멧, 작업용 신발을 빌려 착용하고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으로 들어갔다. 지하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깜짝 놀랐다. 어떻게 말로 표현 못 할, 생전 처음 맡아보는 냄새가 코에 확 끼쳤다. 저장조(호퍼) 안쪽을 보니 온갖 음식물이 마구 뒤섞여 쌓여 있었다. 한여름 가정집에서 과일 껍질만 몇 시간 둬도 날파리가 꼬이고 냄새가 나는데, 수십만·수백만명이 배출한 음식물 쓰레기가 모이는 이곳에서 악취가 심한 것은 당연했다. 잠깐 숨을 참는다고 맡지 않을 수 있는 냄새가 아니었다. 쓰레기 처리장의 노동자들은 길게는 하루 12시간을 일한다. 한 노동자는 “몇 년을 근무해도 지하의 악취가 적응되지 않는다”고 했다.

문제는 처리장을 나온 뒤에도 끝나지 않았다. 처리장의 냄새가 머리, 옷, 가방 등에 잔뜩 밴 것이다. 탈취제를 전신에 10번 넘게 뿌리고 시간이 꽤 흘러도 냄새는 계속 났다. 버스와 지하철을 타도 될까 고민하다 어쩔 수 없이 탔다. 최대한 사람들과 멀리 떨어진 곳에 섰다. 그런데도 계속 신경이 쓰였다. 내게서 냄새가 나는지 자꾸 맡아보고, 사람들이 냄새를 맡고 불쾌해하진 않을까 눈치를 살폈다. 그때 느꼈다. 쓰레기 처리장의 노동환경 문제는 단순히 ‘일하는 공간의 열악함’ 차원을 넘어선다고. 냄새는 냄새로 끝나지 않는다. 사람들과의 관계, 사회 속에서의 위치를 결정 짓는다. 혐오시설이라는 사회적 낙인은 목소리를 내려는 그 안의 노동자들을 위축시킨다.

민주노총 전북본부 산하 전북노동정책연구원의 ‘전주리싸이클링타운 노동조건 실태조사’에서도 한 노동자는 이런 말을 했다. “아내와 아이들이 하는 말은 그거예요. ‘항상 아빠 회사 갔다 오면 안 좋은 냄새 나요’ 그게 제일 힘들죠. (…) 퇴근 후 거의 매일 사우나를 가거든요. 땀을 흘리고 나서부터는 냄새가 안 난다고 하더라고요. 냄새가 굉장히 심해요. 회사 끝나고 어디 가더라도 사람들이 근처에 오면 제가 먼저 피하게 돼요.” 기자도 아무도 만나지 않고 곧바로 집에 온 뒤 샤워를 하고 옷, 가방 등을 모두 세탁했다. 그제야 냄새가 사라졌다.

이혜리 기자

이혜리 기자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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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의 역경루
오늘을 생각한다
용산의 역경루
공손찬은 중국 후한 말 북방민족들이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 정도로 위세를 떨쳤던 화북의 군벌이다. 오늘날 베이징 근처 유주를 근거지로 세력을 키웠던 공손찬은 백마의종이라는 막강한 기병대를 중심으로 황건적과 만리장성 넘어 이민족들을 토벌하며 군세를 넓혀갔다. 탁월한 군사적 재능을 갖췄으나 성품이 포악했던 공손찬은 폭정을 일삼으며 민심을 크게 잃는다. 왕찬이 기록한 <한말영웅기(漢末英雄記)>에 의하면 공손찬은 자신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본다는 이유로 부하를 죽이는가 하면 유능한 관료들을 쫓아내고 점쟁이를 측근에 등용하는 등 막장 행각을 벌였다. 하루는 백성들 사이에서 덕망 높았던 관리 유우를 저자에 세워놓고 ‘네가 천자가 될 인물이라면 비가 내릴 것이다’라고 말한 뒤 비가 내리지 않자 그 자리에서 죽여버렸다. 분개한 수만의 유주 백성들은 유우의 아들과 합세해 공손찬을 공격했고, 라이벌 원소와 이민족들까지 연합해 공격하니 공손찬은 고립무원에 처한다. 사방이 포위된 공손찬은 기주 역현에 거대한 요새를 짓고 농성에 들어가니 이 요새가 역경성이다. 자신의 남은 전력을 요새 건설에 쏟아부은 공손찬은 “300만석의 양곡을 다 먹고 나면 천하정세가 달라질 것이다”라고 말하고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향락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