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전문가’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 인터뷰
“기후위기를 기후기회로 만들겠습니다.” 지난 7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51)의 명함 뒷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비슷한 표현은 22대 국회 개원 다음 날인 지난 5월 31일 김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도 나온다. “‘여당 내 유일 기후 전문가’로서 기후위기를 기후기회로 만들 힘을 보여드리고 싶다.” 국회에 들어오기 전 그는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으로 여러 기후 관련 워크숍과 정책토론회에서 활약했다. 영국에서 개발학을 공부하고 기후변화센터 사무국장으로 일을 시작한 것이 2010년이니 15년 가까이 현장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그런 그가 정치에, 그것도 보수정당 의원으로 뛰어든 까닭은 무엇일까.
-국회 기후특위를 상설화하자는 주장은 여야 모두 주장하는 사안이다. 국회의장까지 나서서 지지 의사를 보였다. 그런데도 잘 안 된다.
“현재 기후특위를 상설화하자는 법안은 민주당에서 두 건, 조국혁신당에서 한 건 등 총 세 건이 발의됐는데 국민의힘은 발의하지 못했다. 그래서 오늘(7월 30일) 제가 우리 안을 발의했다. 여야 안이 나오면 그 안을 가지고 양당 원내대표들이 논의할 수 있는데 이제야 그 틀이 갖춰진 것이다. 당론 발의까지는 안 되더라도 당 의원들께 최대한 같이 해달라, 신경 써달라고 설명·설득하고 싶어서 늦어졌다.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55명이 동참했다. 조금 늦었지만 이제야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
-민주당이나 조국혁신당의 안에서는 예산심의 등 기후특위의 권한이 대폭 늘어난다.
“그렇게 대폭 권한을 주면 권한을 뺏기는 다른 상임위들이 반대한다. 제 법안에서 예산심의는 기후대응기금 딱 하나다. 일단 그거라도 시작해 상설화가 되면 전문위원도 배치되고 관심도 늘어날 것이다.”
“작은 소망이긴 한데 우리 당 의원 108명 모두 기후 스피커가 됐으면 한다. 또 ‘기후 문제가 중요하다’라는 말만 할 것이 아니라 108명 의원 각자가 자기 지역 기후 이슈 대응 법안을 만드는 데 역할을 하는 의원이 됐으면 한다.”
-야당과 협의가 될 것 같은가.
“될 것이다. 기후대응기금은 기재부 소관지만 환경노동위(환노위) 몫이기도 하다. 환경부 장관 인사청문회 때도 일부러 질문했다. 상설기후특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적극 노력하겠다는 긍정적 답변을 받았다. 법안 하나, 예산 하나 그렇게라도 시작하면 한 걸음을 떼는 것 아닐까.”
-야당에서 기후 문제를 다루는 박지혜 민주당 의원이나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은 모두 산업통상자원위원회(산자위) 소속이다. 에너지 문제 등을 두면 김 의원도 산자위에 가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초선이니 밀린 것인가.
“그렇다(웃음). 국회에 들어와 우리 당에서 최다선인 모 의원을 만났는데 꺼낸 말이 ‘환노위 가서 열심히 해야지’였다. 그러니까 이분들 머릿속에는 기후는 곧 환경이라는 도식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환노위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건 아니다. 배출권 거래제 문제도 심각하고, 내년에 발표할 NDC(국가 온실가스감축 목표)도 그렇고,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릴 플라스틱 국제협약 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에 잘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다.”
-총선 기간에 민주당의 RE100(기업활동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글로벌캠페인) 정책을 비판했다. 전력망이나 송전시설이 안 된 상태에서 RE100만 주장하면 뭐하냐는 것이었다.
“지난 정부 때는 보급만 신경 쓰다 보니 인프라는 하나도 하지 않았다. 지금 법이 통과돼도 실제로 설비하는 데는 5년 이상 더 걸린다. 그래서 그걸 좀더 서둘러 시작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컸다. 우리 당은 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당론으로 발의했다.”
-해상풍력육성 특별법과 기후금융법안을 두고 어떤 것을 의원 1호 법안으로 할까 고민한 듯싶은데, 법안 내용을 보면 두 법 모두 야당이 반대할 것 같진 않다.
“반대는 안 할 것 같은데 야당에서 ‘이거 해줄 게 다른 것 해줘’라는 교환 대상이 될 것 같다.”
-총선 때 민주당의 RE100과 조국혁신당 3080정책 패키지(재생에너지 비율을 2030년까지 30%, 2050년까지 80%를 달성하겠다는 정책)를 비판했다. 야당에서 미운털이 박히지 않았을까.
“그럴 수도 있겠다. 나를 한없이 밉게 보는 사람은 어떤 활동을 해도 계속 밉게 볼 것이다. 실천으로 옮기는 걸 보고 ‘어, 진정성이 있네’라고 생각해줄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관련된 법안 내고 활동하는 것이 1년, 2년 쌓이면 그 쌓인 결과로 인정받고 싶다.”
-지난 총선 때 원자력시민협의회 같은 단체에서 김 의원을 ‘실질적인 탈원전 세력’이라고 비난했다. 다시 이번 당대표 선거 때 ‘팀 한동훈’ 17명 의원 중 1명으로 거론되면서 ‘한동훈 위장보수론’의 근거로 사용됐다.
“그때 선거가 이런 것이라는 걸 처음 느꼈다. 성명 낸 곳에 물어보니 노조가 쓴 글을 그냥 올린 것인데 자기들은 이런 내용인지 몰랐다고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이 올라가면서 한동훈 당대표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제가 알기로는 아닌 것으로 아는데 맞으세요?’라고. 사실 너무 어이없었다. 문재인 정부 때 산업부 장관 간담회 자리에서 ‘장관님, 앞으로 기후변화 때문에 에어컨 사용률도 높을 것이고, 기후적응 차원에서 진짜 에너지가 많이 들 것이다. 그런데 원전을 버려야 되는 것이 맞냐’라고 질문했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시민단체 사람들도 내가 탈원전이 아니라는 걸 다 안다. 그 질문했다가 환경부를 비롯해 정부 부처 자문에서 다 잘렸다.”
-‘원전 대 재생에너지’라는 프레임이 ‘석탄 대 저탄소 에너지’로 바뀌어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원전을 청정에너지로 봐야 하는가.
“온실가스 감축 차원에서만. 방폐장 문제는 별개 이슈다. 프랑스를 방문해서 시설 운영하는 걸 봤는데 고준위 핵폐기물 시설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어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고, 스웨덴도 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
-고준위 핵폐기물 중 어떤 것은 2000년, 어떤 핵종은 10만 년 이상 묻어야 하는데 완벽히 통제할 수 있다고 보나.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 저는 뭐라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생에너지로 다 할 수 없으니 그린 수소에너지 기술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원전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가야 한다.”
-초선의원들에게 드리는 공통질문이다. 4년 뒤엔 어떤 의원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우리 당에 기후 전문가로 영입됐는데 민주당이 공격하면 방어하는 ‘기후 스피커 1명’으로 기억되고 싶진 않다. 작은 소망이긴 한데 우리 당 의원 108명 모두 기후 스피커가 됐으면 한다. 또 ‘기후 문제가 중요하다’라는 말만 할 것이 아니라 108명 의원 각자가 자기 지역 기후 이슈 대응 법안을 만드는 데 역할을 하는 의원이 됐으면 한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