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1일 저녁 서울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팀 K리그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의 경기가 열렸다. 결과는 팀 K리그의 3 대 4 패배로 끝났다. 스타급 선수들로 구성된 전반에서는 크게 밀렸고(0 대 3), 외국인 공격수 위주로 구성된 후반에는 팀 K리그가 괜찮은 퍼포먼스(3 대 1)를 보였다.
일부 해외축구 팬들의 평가는 단순하기 그지없다. “역시 K리그 수준이 떨어진다”라거나, 전후반 결과를 단순하게 비교해 “역시 외국인 용병 빼면 K리그는 볼 거 없다”, “세금 리그” 등 겉핥기식 평론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축구는 조직적인 플레이와 전술이 중요한 스포츠 종목이다. 문제는 K리그의 실력이 아니라 쿠팡플레이가 기획한 이 대형 이벤트 그 자체다. 손흥민을 주축으로 구성된 토트넘 홋스퍼의 아시아 투어 멤버들은 오랜 시간 발을 맞추고 감독의 일관된 전술에 따라 훈련된 ‘팀’이다. 반면 팀 K리그는 내내 다른 팀에 속해 각기 다른 감독의 상이한 전술 전략에 따라 훈련받아온 12개 팀 소속의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하루 전에 모여 발을 맞췄으니 이벤트성으로 모인 감독들의 전술을 맞출 시간도 부여받지 못했다. 결과는 뻔할 수밖에 없다.
“TV 채널마다 가득한 저 먼 곳의 90분 이야기는 전혀 와닿지 않아. 우만의 거리 위의 너와 나의 집에서 우리들의 드라마를 계속 이어 나가자”는 가사에서 시장 논리에 포섭되지 않는 지역공동체의 자존심이 느껴진다.
K리그 팬들이 한데 모일 수 있다는 것은 좋다. 하지만 왜 이런 이벤트를 해야 할까? 가장 좋은 것은 토트넘 홋스퍼일 것이다. 손흥민 선수의 활약으로 아시아 팬을 크게 확보한 토트넘은 이런 이벤트 투어를 통해 50억원의 초청비 등 막대한 수익을 올린다. 쿠팡플레이 역시 나쁠 건 없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6만3000명의 관객 덕분에 비용은 하나도 들지 않고, 동시에 ‘쿠팡’이라는 브랜드의 시장가치와 OTT ‘쿠팡플레이’의 고객 락인(lock-in·잠금)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
프로축구와 자본시장을 분리하는 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떤 축구팀의 부흥을 만드는 것은 시장논리 너머의 스토리텔링에 있다. 이날 현장에 모인 K리그 각 팀 서포터즈들은 경기 후 각 팀 응원가를 함께 부르다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나가!”라는 구호를 함께 연호했다. 대한축구협회의 독단적이고 비민주적 운영으로 뭇매를 맞고 있는 정 회장에 대한 비토(거부) 여론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2부 리그로 강등돼 고군분투하고 있는 변성환 수원 삼성블루윙스 감독은 어떤 응원가를 가장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어게인스트 TV 풋볼’이라고 답했다. “TV 채널마다 가득한 저 먼 곳의 90분의 이야기는 전혀 와닿지 않아. 우만의 거리 위의 너와 나의 집에서 우리들의 드라마를 계속 이어 나가자”는 가사에서 시장 논리에 포섭되지 않는 지역공동체의 자존심이 느껴진다.
마침 토트넘 홋스퍼 경기가 있었던 7월 31일, 영화 <수카바티: 극락축구단>이 전국 77개 영화관에서 개봉했다. 기이하게 응원하던 팀의 연고 이전으로 9년 동안 팀이 없는 상태로 힘겨운 싸움을 펼치기도 했던 FC안양 서포터즈들의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역사를 담은 이 영화가 ‘어게인스트 TV 풋볼’이라는 타 팀 응원가 가사가 가리키는 가치를 설명해주는 것만 같다.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