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민생회복과 충돌하는 세법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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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월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 세법 개정안과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정훈 세제실장, 최상목 부총리, 박금철 조세총괄정책관.  연합뉴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월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 세법 개정안과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정훈 세제실장, 최상목 부총리, 박금철 조세총괄정책관.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는 2024년 세제 개편안을 통해 2022년과 2023년에 이은 세 번째 ‘부자 감세’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정부 출범 첫해인 2022년 법인세율 인하와 통합투자세액공제 확대, 다주택자 중과 완화를 통해 감세하고 2023년에도 국가전략·신성장원천기술 확대, 출산 등에 따른 증여 공제 기조를 이어갔다. 올해 세법 개정안에는 상속세와 금융투자소득세 등 자산 및 자본소득에 대한 세 부담을 줄이는 내용이 담겼다.

세법 개정안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상속세로 보인다. 10% 세율이 적용되는 상속·증여세(상증세) 최저세율 구간을 1억원 이하에서 2억원 이하로 늘리고, 최고세율 구간은 ‘30억원 초과에 세율 50% 적용’에서 ‘10억원 초과에 세율 40%’로 내렸다. 가장 큰 변화는 자녀 공제로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공제액 인상이다. 단번에 10배, 1000% 늘린 것이다. 자녀가 많으면 공제 규모가 대폭 늘어난다.

최대 주주에 대한 보유주식 할증평가도 폐지하겠다고 한다. 상속세에서 지배주주 지분에 대한 20%의 가치 할증평가는 사실과세와 공정과세를 위한 최소수준의 할증인데도 이를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대 주주 지분은 일반 주주 지분보다 평균 40% 이상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정부는 밸류업(value-up·가치 향상)과 스케일업(scale-up·고성장)을 명분으로 가업상속공제도 더 확대한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과도한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부적절한 명분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밸류업 위해 가업상속공제 혜택 확대

한국 기업의 밸류업이 어려운 것이 상속세 부담에 기인하지 않은 것은 명백하다. 상속세 부담 완화는 불평등과 경제 양극화라는 시대 최대의 경제·사회적 위기 요인을 더 키우겠다는 것이다. 과거엔 10억원을 물려받는 게 드문 일이었기 때문에 전체 사망자 중 1~2명만 상속세를 냈지만, 세계적인 금융 완화정책으로 양극화가 심해지고 상위계층이 보유한 자산의 가치가 크게 늘었다.

사망자가 100명이라면 이중 7명 정도에 상속세를 부과하고 있다. 그런데 상속세 부담을 줄여 과거 1~2명만 세금을 내던 수준으로 되돌리는 것이 무엇에 좋은 것일까. 양극화의 심각성과 이 추세를 조금이라도 저지하려는 노력은 세법 개정안에 흔적도 없다. 세수결손이 큰 상황에서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면 상속세에서 확보할 수 있을 세를 왜 포기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분도 없다.

두 번째로 주목할 점은 자본소득에 대한 혜택이다. 주주환원 촉진세제(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 확대), 금투세 폐지, ISA 세제지원 확대 등은 근로소득과 비교해 과도한 자본소득에 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것으로 공정하지 못하고 세수가 부족한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 유예는 건전한 경제적 동기에 기인한 투자가 아닌, 100% 투기적 동기에 의한 투자를 우대하는 정책이기도 하다.

2020년 12월 법제화된 금투세는 역대 정부가 10여 년간 일관되게 추진해온 주식양도소득 과세 대상 확대의 최종 결과물이다. 대주주 주식양도세를 대체하고 근로·사업소득뿐 아니라 자산소득에 대해 과세해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라는 조세원칙을 실현할 수 있는 수단으로 평가된다. 금투세는 2023년 시행을 앞두고 한차례 시행을 유예한 바 있는데, 정부가 이를 완전히 폐기하면 국민적 합의와 조세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다.

국가전략기술사업에 대한 연구개발(R&D) 세제지원을 연장하고 통합투자세액공제에서는 증가분 공제율을 확대하면서 점감구조를 도입했다. 지나친 수준의 통합투자세액공제를 더 확대하는 것은 투자 확대보다 세수 손실로 귀결될 것이다. 중소기업 유예기간 확대와 중견기업 범위조정(일률적으로 중소기업의 3배 수준)은 중견기업을 명분으로, 중소기업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성장한 기업에 대해 중소기업특례를 유지하는 것이다.

혼인에 대한 1세대 1주택 특례적용 기간이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되는 건 주택시장 부양을 위해 불공정한 혜택을 확대하는 것이다. 통합고용세액공제를 개편하는데 기존에 제외하던 1년 미만 기간제,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근로자 고용도 공제대상에 포함된다. 좋은 고용을 지원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측면이 크다. 기업이 기간제 고용을 늘리려는 유인이 본래 강하다는 점에서 추가 세제지원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그쪽으로 쏠리게 만들지 않을지 우려된다.

세법 개정안의 내용은 정부가 설정한 정책목표와도 충돌한다. 체감경기의 어려움 지속에 따른 민생회복 지원, 인구 위기와 성장둔화 등 구조적 문제 해결, 성장 및 세수의 선순환 복원이 세법 개정안이 해결하고자 하는 정책 목표로 표방됐는데, 민생회복을 세제로 지원하는 내용은 취약하다. 소득과 자산이 취약한 계층은 세금 부담도 낮아 세금을 통한 지원은 한계가 있고 재정을 통한 지원이 바람직하다.

부자 감세로 세수결손액 10조원 웃돌 듯

2024년 세법 개정안은 2022년 세법 개정안부터 이어온 윤석열 정부의 부자 감세정책의 연장선에 있다. 상속세와 자본소득, 법인세 분야에서 집중적으로 세금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건전재정 기조를 내세운 윤석열 정부 정책의 궁극적인 목적이 결국은 재벌 등 기업소유주들과 부유층에 대한 세 부담 완화에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부자 감세는 세수 부족으로 이어져 재정지출을 어렵게 하고 결과적으로 민생회복에 이바지하지 못해 어려움을 일으킬 수 있다. 경제에서 성장은 상대적으로 소비성향이 높은 소득 하위계층의 가처분소득을 늘려줄 때 가능하며 이를 통해 성장과 세수의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2024년 정부 세제 개편안이 제안하고 있는 개인 자본소득에 대한 세 부담 경감은 소득 상위계층의 가처분소득을 늘려주는 것으로 성장과 세수의 선순환을 가져오기 어려운 내용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세법 개정으로 향후 세수는 4조4000억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추계된다. 개정안의 세부 내용은 부자 감세가 명백한데, 정부가 제시한 세수효과 수치는 서민과 중산층 세 부담 경감 효과가 큰 것으로 발표돼 신뢰하기 어렵다. 지난해 정부의 세수결손액은 56조원이었고, 올해는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적용해도 세수결손액이 최소 10조원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건전재정을 지향한다면서 계속 감세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앞뒤가 맞지 않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 탓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김유찬 포용재정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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