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주윤야한’, 미래 권력이 된 한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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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84% 압도적 득표…“TK가 전략적으로 인정”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7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7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국힘의힘 당대표 당선은 이미 확실하다. 그다음이 문제일 뿐이다.”

7·23 전당대회를 보름 정도 앞두고 한 의원이 내린 전망이다. 이 예측대로 한 대표는 지난 7월 23일 62.84%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결선 없이 당대표에 선출됐다. 당심은 한 대표를 소수 여당의 위기를 헤쳐나갈 적임자로 판단했다. 여론조사로 드러난 민심 역시 당심과 다르지 않았다. 친윤(친 윤석열 대통령계)에서 친한(친 한동훈 대표)으로 당내 권력 이동은 사전에 감지됐다. 다만 용산 대통령실과 광역지자체장, 현역 의원만이 이 변화를 이번에 눈으로 확인하고 놀랐을 뿐이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부산·경남(PK), 대구·경북(TK) 현역 의원이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하지 않았다. TK 출신인 김재원 전 의원만이 이 틈을 비집고 나와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현역 의원들이 ‘친윤’으로 낙인찍히기를 두려워해 출마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됐다. 이미 영남에서 ‘현재 권력’인 윤 대통령과의 거리를 둔 채 ‘미래 권력’인 한 대표와의 관계 개선을 모색해 지도부 입성을 피했음을 알 수 있다.

“이재명과 맞설 사람으로 인식”

한 책임당원은 “대선후보 투표에서 윤 대통령을 찍었지만, 이번 전대에서는 한 대표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한 대표와 맞섰던 후보 측에서 ‘배신자’라는 낙인을 내세웠지만, 판세에는 큰 영향을 못 미쳤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당원들은 윤 대통령과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전략적인 판단을 내렸고, 이 상황의 적임자로 한 대표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정치평론가)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이끄는 거야에 맞서기 위해서는 법무부 장관 출신인 한 대표 정도는 돼야 한다는 생각이 전당대회 투표 결과에 그대로 나타났다”고 보았다.

보수의 주류를 자처하는 대구·경북(TK)의 선택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엄 소장은 “지금 당 내부에서 윤 대통령을 적절히 견제하면서 여당을 이끌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한 대표라는 점에서 TK가 전략적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엄 소장은 “이런 선택의 결과로 현역 의원이나, 특히 광역지자체장의 경우 당원들의 선택에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홍준표 대구시장 등 광역지자체장들이 유독 한 대표만은 만나주지 않은 상황이 향후에는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원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탄생한 한 대표 체제가 순탄한 행로를 밟기에는 아직도 가시밭길이 많이 남아 있다.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 특검법 같은 야당 주도 특검법을 놓고 용산 대통령실과 갈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전당대회 내내 쟁점이 된 부분이다. 한 대표가 제3자 추천을 전제로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의 수용을 내세웠던 반면, 용산 대통령실과 여의도 ‘지도부’ 당심은 ‘절대 반대’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전당대회의 압도적인 승리를 확인한 한 대표는 제3자 추천 특검법을 밀어붙일 기세다. 당심 역시 한 대표의 특검법 수용을 묵인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 교수는 “한 대표는 특검법안을 놓고 윤 대통령과의 긴장 관계 속에서 내부 갈등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를 향해 ‘제3자 추천 특검법’을 받으라고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권력 이동은 시간이 해결해준다”

전당대회 때 일각에서 한 대표 당선 후에는 친윤의 신당 창당 가능성, 국민의힘 분당 가능성, 한동훈 삼일천하 ‘김옥균 프로젝트’ 가능성 등이 흘러나왔다. 전당대회에서 한 대표가 압승을 한 뒤 이런 전망은 쑥 들어간 상태다.

김 교수는 이른바 “주윤야한(낮에는 친윤·밤에는 친한)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윤-한 대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줄어들었다고 본 것이다. 친윤 쪽에 속하는 인요한·김재원·김민전 최고위원을 통해 한 대표 체제에 대한 견제는 가능하지만, 이미 한 대표가 용산 대통령실과의 일정한 거리를 보여준 만큼 한 대표와 사사건건 맞설 수 없는 사정이다. 엄 소장은 “결국 권력 이동은 시간이 해결해준다”면서 “서서히 윤 대통령에서 한 대표로 이동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차기 대권을 놓고서는 여권 내부에서 여전히 미묘한 경쟁 관계가 형성될 것이 분명하다. 엄 소장은 “지금까지 여당 권력이 윤 대통령 일극체제였지만, 전당대회를 계기로 차기 대권을 겨눈 다극체제로 전환됐다”고 해석했다. 한동훈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이 향후 2026년 중반(지방선거)까지 경쟁하는 구도가 된다는 것이다. 한 대표가 차기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대표직을 사퇴(1년 6개월 전 사퇴 규정)하는 내년 9월까지가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된다. 김 교수는 “한 대표는 이 시기 최대한 여당을 자신 중심으로 만들어놓고 대선 출마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한 대표의 정치 스타일상 기존의 여의도 정치문법과는 다른 형식의 정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중진의원 측 관계자는 “윤 대통령도 그렇지만, 한 대표 역시 기존의 여의도 정치 방식과는 다른 정치를 한다”면서 “그래서 기존 정치 문법대로 예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당심은 원희룡·나경원 후보처럼 친숙하고 익숙한 여의도 정치인이 아니라 새로운 희망과 확장성을 기대하는 비여의도 정치인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엄 소장은 “한 대표는 지난 4월 총선 과정에서 보았듯이 최대한 공적 조직을 활용하고 원칙을 지키는 스타일”이라면서 “여의도식 패거리 문화와는 거리가 있다는 점에서 보수의 정당 문화를 긍정적으로 바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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