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의 순간
박혁 지음·페이퍼로드·1만9000원
1948년 제헌국회 회의록을 토대로 제1대 국회의원들이 대한민국 헌법을 어떻게 제정했는지 추적한 책이다. 책이 다루는 기간은 1948년 6월 23일부터 7월 12일까지의 20일이다. 이 기간 국회 본회의장에 헌법 초안이 상정돼 헌법안이 통과된다. 그리고 7월 17일에 정식으로 대한민국 헌법이 공표됐다.
저자는 대한민국의 출발점으로 돌아가 제헌국회를 뒤흔든 논쟁을 통해 민주공화국의 정체성과 공동체의 미래를 보여준다. 당시 제헌 국회의원들은 노동권 보장(이익균점권), 여성의 권익 확충(남녀 혼인동권과 축첩 폐지), 공동체 정의 실현(친일파 청산), 보편 인권의 보장(신체의 자유와 고문받지 않을 권리), 무상 의무교육의 필요성 등 중차대한 가치를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논쟁을 보면, 당대인이 꿈꾸던 미래가 곧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책은 그간 잊고 있던 오래된 미래를 발굴해 정치체제 변화에 함몰된 개헌 논의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방향성을 제시한다.
나는 얼마짜리입니까
6411의 목소리 지음·노회찬재단 기획· 창비·2만원
웹툰 작가, 물류센터 직원, 도축검사원, 번역가, 대리운전기사, 사회복지사, 전업주부, 예능작가, 헤어디자이너, 농부, 건설노동자 등. 전국 방방곡곡 노동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일흔다섯 명의 노동자가 펜을 들었다. 지금껏 한 번도 사회적 발언권을 가져보지 못한 이들의 억울한 사연과 힘을 보태 달라는 당부, 웃음을 유발하는 재치 있는 일화, 훈훈한 감동을 주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책은 존재하지만 우리가 존재를 느끼지 못하는 이들의 노동 덕에 평범한 일상과 거대한 세상이 어떻게 유지되는지 보여준다. 이들의 원고는 각기 다른 장소에서 쓰였지만 한곳으로 모인다. 사람의 가치가 ‘돈’으로 환원되지 않는, 사람이 그 자체로 존중받는 세상으로 연결된다.
1.5℃ 이코노믹 스타일
김병권 지음·착한책가게·2만원
지구에서 안전하게 살기 위해서는 온도 상승 한계선인 1.5도를 지켜야 한다.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온도가 1.5도 이상 올라가면 앞으로 지구에서는 도미노처럼 온도가 계속 상승한다. 책은 각 경제 주체와 시민들이 1.5도 생활 양식을 실천할 방안을 정책과의 관계 속에서 명쾌하게 풀어내며 마지막 기회로 향하는 길을 안내한다.
위대한 인도
한상호 외 지음·문학동네·3만8000원
세계 1위 인구 대국이자 인종, 종교, 언어, 문화가 신비로운 나라 인도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한상호 EBS PD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뇌과학자 김대식 교수와 국내 인도 최고 권위자 강성용 교수를 인도로 초대했다. 이들은 인도 곳곳 역사의 현장을 찾아다니며 인공지능(AI) 시대에 고대 문명의 대표 격인 인도를 왜 주목해야 하는지, 인도 역사로부터 얻을 수 있는 통찰은 무엇인지 질문한다.
미래 세대를 위한 동물권 이야기
이유미 지음·철수와영희·1만5000원
곰 수입과 사육, 공장식 축산, 강아지 펫숍 등이 왜 문제인지, 도시 개발과 기후변화가 동물과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동물이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준다. 청소년 눈높이로 쓴 이 책은 우리 곁에 사는 반려동물부터, 동물원과 축사에 갇혀 사는 동물, 강이나 숲에 사는 야생동물의 세상에 한 발짝 다가가게 한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