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 취소 부탁했단 말하고 아차 했다”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자/문재원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자/문재원 기자

“말하고 아차 했다. 이 얘기를 괜히 했다는 생각을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지난 7월 18일 이렇게 말했다. 앞서 지난 7월 17일 열린 토론회에서 나경원 후보에게 “본인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사건 공소 취소를 부탁한 적 있지 않느냐”고 ‘폭로’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한 후보는 나 후보가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구속영장 기각에 (당시 법무부 장관으로서) 책임을 느끼느냐”고 추궁하자 이를 반박하다 ‘본의 아닌 폭로’를 해버렸다. 한 후보는 7월 1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도 “사전에 준비되지 않은 말이었다. 신중하지 못했던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한 후보가 사과했지만 이미 해버린 폭로를 주워 담지는 못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 위반을 넘어 법치주의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행위”라며 “당사자가 직접 범죄행위를 증언한 만큼 반드시 수사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역시 “불법적 청탁을 받고 왜 신고하지 않았는지도 수사 대상”이라고 말했다. 여당 내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폭주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악법을 막는 정의로운 일에 온 몸을 던졌다가 억울한 피해자가 된 우리 동지들의 고통에 공감하지는 못할망정, 2차 가해를 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당시 원내대표로서 총괄지휘를 했던 나 의원이 그 사건 피고인들 전부에 대해 공소 취소를 요구하는 것은 지도자로서의 당연한 책무”라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 역시 “아무리 다급해도 그건 폭로할 대상이 아니다”며 “앞으로 자기가 불리하면 무엇을 더 까발릴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주간 舌전바로가기

이미지
용산의 역경루
오늘을 생각한다
용산의 역경루
공손찬은 중국 후한 말 북방민족들이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 정도로 위세를 떨쳤던 화북의 군벌이다. 오늘날 베이징 근처 유주를 근거지로 세력을 키웠던 공손찬은 백마의종이라는 막강한 기병대를 중심으로 황건적과 만리장성 넘어 이민족들을 토벌하며 군세를 넓혀갔다. 탁월한 군사적 재능을 갖췄으나 성품이 포악했던 공손찬은 폭정을 일삼으며 민심을 크게 잃는다. 왕찬이 기록한 <한말영웅기(漢末英雄記)>에 의하면 공손찬은 자신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본다는 이유로 부하를 죽이는가 하면 유능한 관료들을 쫓아내고 점쟁이를 측근에 등용하는 등 막장 행각을 벌였다. 하루는 백성들 사이에서 덕망 높았던 관리 유우를 저자에 세워놓고 ‘네가 천자가 될 인물이라면 비가 내릴 것이다’라고 말한 뒤 비가 내리지 않자 그 자리에서 죽여버렸다. 분개한 수만의 유주 백성들은 유우의 아들과 합세해 공손찬을 공격했고, 라이벌 원소와 이민족들까지 연합해 공격하니 공손찬은 고립무원에 처한다. 사방이 포위된 공손찬은 기주 역현에 거대한 요새를 짓고 농성에 들어가니 이 요새가 역경성이다. 자신의 남은 전력을 요새 건설에 쏟아부은 공손찬은 “300만석의 양곡을 다 먹고 나면 천하정세가 달라질 것이다”라고 말하고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향락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