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낳은 비극 오키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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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스파이

김숨 지음·모요사·1만9000원

[신간] 전쟁이 낳은 비극 오키나와

1945년 태평양전쟁 당시 오키나와 서쪽의 작은 섬 구메지마에서 실제로 발생한 학살 사건을 다룬다. 일본군이 선량한 주민 20명을 ‘미군의 스파이’라는 죄목으로 무참히 살해한 ‘구메지마 수비대 주민 학살 사건’이 소설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역사적 기록과 생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쓰인 이 소설은 오키나와의 상황과 전쟁 양상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당시 오키나와 구메지마에서는 무간지옥이 펼쳐졌다. 스파이 혐의로 민간인들이 일본도와 총검에 처형됐고, 살해당한 이들의 가족이 비통함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0대 소년들은 이웃을 칼로 찔러 죽였다. 전쟁의 폭력과 스파이 공포증이 섬을 뒤덮은 결과다.

구메지마의 주민 학살은 ‘스파이’라는 한 단어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사태였다. 동아시아에서 벌어진 전쟁의 참화가 쌓이면서 다양한 균열과 파열음을 냈다. 작가는 섬에서 진동하는 전쟁의 폭력과 죽음을 둘러싼 다층적인 상황을 예리한 통찰력과 상상력으로 파헤친다.

소설은 12부로 구성됐는데 이중 4개 부에만 제목이 붙었다. 1부 ‘9명’, 4부 ‘1명’, 9부 ‘3명’, 12부 ‘7명’. 다른 부들은 공백으로 두고 4개의 부에만 쓴 숫자는 스파이 혐의로 참살당한 주민의 수다. 미군에 잡혔다 풀려난 것을 일본군에 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항복을 권고하는 미군의 서신을 전달했다는 이유로, 그리고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조선인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살해당했다. 소설의 배경은 오키나와지만 식민과 전쟁이라는 한국의 역사적 현실이 겹칠 수밖에 없다. 전쟁의 상흔을 공유하고 역사의 절망 속에서 희망의 단서를 발견하게 한다.

20세기 경제사

브래드퍼드 들롱 지음·홍기빈 옮김·생각의 힘·3만7800원

[신간] 전쟁이 낳은 비극 오키나와

20세기의 성공과 실패를 경제적 맥락에서 살펴본다. 세계가 어떻게 부유해졌는지를 설명하기보다 유례없는 물질적 풍요를 바탕으로 무엇을 하려 했는지,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어떤 시스템을 개발하고 시도했는지 살펴본다. 이를 통해 지난 세기와 같은 재앙을 피하고 번영을 유지하기 위해서 무엇을 바로잡아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세상 멋져 보이는 것들의 사회학

오찬호 지음·북트리거·1만7500원

[신간] 전쟁이 낳은 비극 오키나와

혁신 기술과 사물의 이면을 사회학이라는 렌즈로 들여다보는 책이다. 사회학자 오찬호가 ‘혁신’을 키워드로 여러 질문을 던지며 얽혀 있는 기술과 사회, 개인의 복잡한 관계를 엮어낸다. 안락함 너머 보이지 않는 것들과 쉽게 간과되는 것들에 시선을 보내며 ‘혁신’에 대한 열광에 우려스러운 점을 짚어낸다.

돌파의 시간

커털린 커리코 지음·조은영 옮김·까치·1만8000원

[신간] 전쟁이 낳은 비극 오키나와

코로나19 백신 개발 뒤에는 묵묵히 수년간 연구해온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다. 그중에는 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한 아웃사이더로 자신의 연구를 포기하지 않은 여성 과학자 커털린 커리코가 있다. 책은 학계가 DNA에 열중할 때 홀로 RNA(리보핵산)의 가능성을 믿고 연구기관의 무시를 받으며 mRNA 백신 개발에 성공한 파란만장한 성장기를 전한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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