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화된 삶’의 부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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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 격리, 박탈

신지영 외 지음·김보람 외 옮김·서해문집·3만3000원

[신간] ‘수용화된 삶’의 부정의

한국, 일본, 대만 등에서 수용소, 난민 등에 관해 연구해온 문학자·사학자 17명이 100년의 시공간을 아우르며 ‘추방당한 존재들’에 대해 추적한다. 전쟁이나 재해에 휘말려서, 장애와 질병이 있다는 이유로, 미등록 이민자라는 신분 때문에···. 사회로부터 구분 지어져 어딘가에 수용되거나 격리돼 존엄을 박탈당한 이들의 삶은 동아시아 100년사의 “가장 어둡고 긴 그림자”이다.

이 책은 각종 감호시설이나 폐쇄병동, 외국인보호소, 한센인 마을, 장애인 시설, 노숙인 쉼터 등이 ‘질서’라는 명분에 따라 ‘보호’라는 이름을 내걸고 만들어진 ‘오늘날의 수용소들’이라고 해석한다. 이 같은 ‘사회적 수용소’에 내몰린 사람들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어떻게 커지는지를 짚는다. 엮은이 신지영은 ‘여는 글’에서 지난해 대구의 한 공단에서 통근버스에 탄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도망치게 돕다가 단속차량을 들이받아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김모씨의 이야기를 쓴다. 그는 경계를 넘어선 김씨의 ‘연결돼 있다’는 감각과 행동이 이 책에서 도달하고자 하는 관계를 표현한다고 말한다.

지금 여기 함께 있다는 것

제임스 퍼거슨 지음·이동구 옮김·여문책·1만4000원

[신간] ‘수용화된 삶’의 부정의

<분배정치의 시대>의 저자인 제임스 퍼거슨 미국 스탠퍼드대 인류학과 교수는 ‘누가 무엇을, 왜 가져야 하는가’란 정치적 질문에 답하는 연구를 해왔다. 퍼거슨은 임금 노동과 국민국가라는 프레임 안에서 만들어진 ‘노동’과 ‘시민권’ 개념으로 분배를 하는 것의 효능이 떨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 개념 밖으로 밀려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인데, 퍼거슨은 ‘여기에 함께 있다’는 ‘현존’이라는 명제를 기반으로 새로운 정치가 작동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인공지능 시대의 철학자들

김선희 외 지음·사월의책·2만3000원

[신간] ‘수용화된 삶’의 부정의

말 그대로 ‘정보의 홍수’ 속에 사는 요즘, ‘정보’라는 개념 자체에 대해 질문하기를 권하는 책이다. 정보철학이라는 용어를 만든 루치아노 플로리디부터 정보철학자 질베르 시몽동, 프레드 드레츠키 등 철학자 10명의 문제의식을 설명한다.

일본사 시민강좌

이재석 외 지음·연립서가·3만3000원

[신간] ‘수용화된 삶’의 부정의

일본사학회와 경향신문 후마니타스 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일본사 대중강연을 한데 묶었다. 통시적 역사 읽기가 아닌, 관심사·테마별로 깊게 읽기를 시도한다. 고대 양국 관계사부터 천왕, 왜왕 호칭의 역사적 의미, 총과 은으로 촉발된 근세 일본의 격동기 등을 들여다본다.

디스 이즈 브랜딩

김도환 지음·알에이치코리아·1만9000원

[신간] ‘수용화된 삶’의 부정의

성공적인 ‘브랜딩’을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10년 이상 브랜딩 기획을 진행한 마케터로, 시대의 변화에 맞춰 새로운 브랜딩 전략을 제시한다. 제품, 사람, 전문성, 약속 등이 핵심 키워드다. 성공한 주요 브랜드들이 어떤 전략을 썼는지 예를 들어 설명한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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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오늘을 생각한다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지난 6월 10일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수원시 장안구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집단 아동학대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해자들의 범죄행위에 치를 떨면서, 피해 아동 보호자들이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는 망가진 시스템에 분노한다. 만 2세 반 어린이 13명에게 2명의 교사가 상습 폭력을 가했다. 경찰이 확보한 35일 치 CCTV에서 350건의 학대 행위가 발견됐고, 가해 교사 2명과 원장이 상습 아동학대와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원장은 아무런 행정 처분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가해 교사 2명은 자진 사직했기에 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수원시는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다 했다며,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 가족들은 수원시 행태가 마치 2차 가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동들은 여전히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 몇 번씩 잠에서 깨는 한 어린이는 “꿀향기반 선생님들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다른 어린이는 작은 소리에도 몸을 움찔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지난 1월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 신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5개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 만 2세 어린 아기들을 밀치고,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냅다 던져버리는 영상을 보며 엄마·아빠들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