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양양이 뜨겁다. 적잖은 여행자의 시선이 양양으로 향한다. 대체로 인구해변과 바로 곁의 죽도를 말하지만, 변화 범위가 훨씬 넓고 크다. 위로는 속초에 가까운 곳부터 아래로는 주문진 바로 곁 남애리 일대까지 모든 해변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 그러나 내 마음을 움직인 건 바닷가가 아닌 의외의 장소였다. 남대천이다.
오해하면 안 된다. 이 하천은 강릉의 남대천이 아니라 양양의 남대천이다. 그러니까 강원도 동쪽의 남대천은 하나가 아닌 둘이다. 강릉 왕산면에서 발원하는 강릉의 것과 달리 양양의 이 물길은 양양 현북면에 가까운 오대산에서 시작한다. 영동지역의 하천 중에서 가장 맑고 길다고 알려져 있는데, 상류 쪽은 강원도에서 가장 물이 맑다는 법수치계곡을 이룬다. 길게 돌고 돌아 흘러 내려온 강은 양양읍 바로 옆에서 바다로 빠져나간다.
보는 순간 가슴이 요동친 곳은 바로 이 지점이었다. 제법 너른 강폭이 저 멀리 푸른 바다와 하얀 모래사장에 맞닿아 더없이 평화로운 경관을 만들어내는 남대천의 하류. 뉘엿뉘엿 넘어가는 오후의 햇살마저 완벽했다. 바다만 바라보는 여행자는 알 수 없는 양양 안쪽의 풍경이다. 하늘과 바다와 강이 만나 여름으로 익어간다. 우리가 몰랐던 양양의 절정이 그 시간, 그곳에 있었다.
<정태겸 /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