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중국 정책 논쟁이 말해주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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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기고에 반박·재반박 이어지면서 논쟁 달아올라

민주·공화 진영 방법론은 달라도 ‘중국 견제’엔 한 뜻

매슈 포틴저 전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이 7월 2일(현지시간) 워싱턴의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에서 미국의 대중 정책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김유진 특파원

매슈 포틴저 전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이 7월 2일(현지시간) 워싱턴의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에서 미국의 대중 정책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김유진 특파원

‘중국과의 경쟁을 관리하는 것이 미국에도 이익이다.’ vs ‘중국에 싸워 이기는 것이 미국에 이익이 된다.’

최근 미국 워싱턴 외교가를 달군 대(對)중국 정책 논쟁을 요약하면 이렇다.

발단은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5·6월호에 실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기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을 지낸 매슈 포틴저와 마이크 갤러거 전 하원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공화당)의 기고문이었다. 워싱턴 정가에서 대중 매파로 손꼽히는 두 사람은 “미국은 중국과의 경쟁을 관리해서는 안 된다. 승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과의 대화를 통해 ‘데탕트(긴장 완화)’를 추구하는 것이 미국과 글로벌 안보에 오히려 해가 된다고도 주장했다.

그러자 바이든 행정부 전직 당국자 등이 중국의 ‘레짐 체인지(정권교체)’를 목표로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반박 기고를 실었다. 이어서 포틴저·갤러거도 다시 재반박 기고를 보내면서 논쟁이 달아올랐다.

이번 논쟁은 민주당과 공화당 진영 간에 대중국 접근의 구체적인 방법론이나 궁극적 목표를 놓고는 견해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하지만 동시에 미 정치권과 외교안보 서클이 ‘중국 견제’에는 한마음 한뜻이라는 점도 보다 명확해졌다.

■미·중 갈등 ‘승리’가 목표라는 공화당

논쟁에 불을 지핀 기고를 공동 집필한 포틴저 전 부보좌관은 지난 7월 2일(현지시간)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 연설에서도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정책을 강력히 비판했다.

포틴저는 첨단 반도체 장비 등에 대한 수출통제 조치를 “현명한 행보”라면서도 대화를 중시하는 바이든의 정책은 결국 중국과의 데탕트를 목표로 하고 있고, 이는 “(미국이) 약하다는 신호를 보냄으로써 (중국의) 공세적 행동을 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나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말기 미국의 대소련 강경 노선이 오히려 “냉전의 평화적 종식”을 가져왔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미국을 상대로 ‘대리전(proxy war)’을 전개하고 있고 시진핑 중국주석이 추구하는 것은 (갈등의) 교착상태(stalemate)가 아니다”라면서 중국을 이기려고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과의 경쟁 승리를 위해서는 기고문에서 밝힌 대로 미국이 군사적·경제적으로 강력한 억지력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이며 이를 위해 국방비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틴저·갤러거의 주장은 시 주석이 대만을 침공할 결심을 이미 끝냈으며 인도·태평양 지역은 물론 글로벌 차원에서도 미국의 헤게모니를 대체하려 할 것이라는 식의 매우 강경한 가정 위에 기초하고 있다. 포틴저는 연설에서 최근 남중국해 세컨드 토머스 암초(필리핀명 아융인·중국명 런아이자오) 주변에서 중국과 필리핀 선박 및 해경 간 충돌이 발생한 것에 대해 “대만 공격에 대비한 리허설”이라고도 주장했다. 외부로부터의 시 주석 체제 변화를 추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결코 그렇지 않다”면서도 중국 공산당의 미래가 지속가능한지 여부 등을 포함한 체제의 내부 붕괴 가능성에 대해 “준비는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중국의 의도와 실제로 대만을 침공할 의지와 역량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정치권과 학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매슈 포틴저 전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 /워싱턴|김유진 특파원

매슈 포틴저 전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 /워싱턴|김유진 특파원

■고강도 대중 견제 속 ‘갈등 관리’ 중시하는 민주당

그런데 민주당 역시 중국의 대만 침공을 억제하고, 핵무력을 포함한 군사력을 비약적으로 증강할 수 있는 이중용도 첨단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차단해야 한다는 ‘대전제’는 공유하고 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기술 통제나 대중 관세 관련 정책을 보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보다 훨씬 더 촘촘하게 중국을 견제하려는 시도가 담겨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전기차 25→100%, 전기차 배터리와 부품 7.5→25%, 태양전지와 반도체 25→50% 등으로 대폭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고율 관세를 그대로 이어받은 것은 물론이고, 핵심 산업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더 강력한 ‘관세 폭탄’을 부과한 것이다.

다만 갈등이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중국과의 소통 채널을 열어두면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고, 특히 동맹, 파트너 국가들과 공동으로 중국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이다. 포틴저·갤러거의 기고에 대한 반박문도 이런 입장과 궤를 같이한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국·대만 담당 선임 국장을 지낸 러시 도시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반박문에서 긴장 고조로 인한 충돌 위험을 줄이려면 “대면 회동을 통해 오판 위험을 빠르게 줄이고, 미국이 취할 조치에 대해 직접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중국 정찰풍선 사태로 긴장이 고조된 이후 미국이 국무·재무·상무 장관을 잇달아 중국에 보내 대화 복원에 노력을 기울인 것도 그 연장선이었다. 미·중 정상은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 인근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단절된 군사 부문 대화도 복원했다.

■어찌 됐든 대중 강경론은 초당적 지지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대중 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불거진 것은 공화당 진영의 공세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공화당은 아프가니스탄 철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발발 등을 현 민주당 정부의 ‘외교 실패’ 사례로 집중 공격하며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미국의 리더십이 약화됐다는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대중국 정책을 두고도 ‘유약하다’고 비판하는 측면이 있다.

그런데 표면적으로 양당의 대중 정책 구상이 지니는 차이점이 부각되기보다는 중국을 미국의 최대 안보 도전으로 보고 견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보는 시각아 초당적 공감대를 얻고 있다.

특히 대중 강경 드라이브를 주도하는 미 의회의 움직임을 눈여겨봐야 한다. 갤러거 전 위원장이 이끈 하원 중국특위의 정책 권고는 물론이고 의회 차원의 대중 견제 입법은 발의된 법안만 376개(한국무역협회 추산)에 달하고 있다. 틱톡 금지법이 포함된 안보 패키지는 미 하원에서 찬성 360표, 반대 58표의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했다. 해당 법률은 상원도 찬성 79표, 반대 18표로 통과했다.

미 의회의 강경 기류는 중국을 바라보는 미 정치권의 시각을 그대로 반영하는 동시에 앞으로 미국의 대중국 기조의 방향과 내용 등을 가늠하게 한다. 대선에서 어느 쪽이 국정운영의 열쇠를 쥐더라도 미·중 사이에 낀 한국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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