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출산제 시행을 앞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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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수 편집장

홍진수 편집장

2022년은 0.78, 지난해는 0.72, 그리고 올해는 아마 0.68 정도.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진 주간경향 독자님들은 앞에 나열한 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단번에 눈치채셨을 겁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입니다. 2022년에 처음 0.7대로 떨어졌고, 올해는 0.6대를 기록할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를 말합니다. 이론적으로 현재 인구 규모가 유지되려면 합계출산율이 2.1은 돼야 합니다. 한국의 저출생 실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합계출산율만으로도 설명이 됩니다.

이 귀한 아이들이 한국 어느 곳에서는 태어나자마자 죽기도 합니다. 당장 지난 5월에는 광주에서 한 20대 여성이 아파트 상가 화장실에 영아를 유기해 숨지게 했습니다. 지난 6월 5일에는 충북 충주에서 20대 여성이 아이를 낳고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입건됐습니다. 인터넷 검색창에서 ‘영아’와 ‘유기’란 키워드를 넣어 검색하면 이와 비슷한 사건이 한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만큼 줄줄이 나옵니다.

정부는 이런 영아 유기·살해 사건 등을 막으려고 오는 7월 19일부터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를 시행합니다.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에 출생 신고 의무를 부여하는 것, 보호출산제는 의료기관에서도 ‘익명’으로 출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모두 아이들이 유기되거나 방치돼 죽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든 제도입니다. 이중 보호출산제는 익명 출산으로 인한 우려를 감수하면서 시행합니다.

주간경향 이번 호는 표지 이야기로 시행 한 달여를 앞둔 보호출산제를 다시 꼼꼼히 살펴봅니다. 먼저 위기임산부 상담·지원 실태를 당사자들에게 직접 들었습니다. 청소년 부부로 아이를 낳아 기르다가 지금은 홀로 양육하는 10대 여성, 위기임산부로 지원을 받아 출산한 뒤 현재 자립을 준비하는 20대 여성 등을 만났습니다.

보호출산제를 둘러싸고 제기되는 비판과 기대를 함께 정리했습니다. 보호출산제는 제도 자체가 익명 출산을 부추긴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지 않고,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임산부 지원체계가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위기임산부들이 ‘직접 양육’을 선택하기 어렵습니다. “정부가 임산부·아동을 보호하겠다면서 가장 쉬운 방법을 택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반면 그간 민간이 해오던 위기임산부 지원을 공공영역으로 가져오면서 정부 책임을 강화한 것은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유기로 이어지기 쉬운 병원 밖 출산을 막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보호출산제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어떤 정책이든 목적과 다른 역기능이 따라옵니다. 아무리 꼼꼼하게 따져 만들어도 얼마간의 역기능은 감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보호출산제에는 위기임산부의 삶, 아이의 목숨이 모두 걸려 있는 만큼 끝까지 살펴봐야 하겠습니다. 물론 정책이 시행된 뒤에도 계속 점검하겠습니다.

<홍진수 편집장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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