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진집의 제목을 보며, 지난 10여 년간 전국에 우후죽순 퍼진 238개의 출렁다리를 떠올린다. 우리는 동아시아 최장 출렁다리를 보유하고도, 이를 매번 갱신하는 국가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왜 이렇게 부지런히 출렁다리를 만드는 걸까? 이해할 수 없다고 하자, 지인이 꽤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설명한다. 사실 출렁다리는 수요자나 공급자 입장에서 선택하기 좋으면서도 적당한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관광 수요자의 입장에서 출렁다리는 관광하는 데 적정한 시간 소요와 적당한 활동을 필요로 한다. 인근에 주차하고, 과하지 않은 시간만큼 걸어 출렁다리에 도달하면, 아찔한 체험과 탁 트인 풍경 그리고 기념할 수 있는 사진이 남는다. 관광업체에서도 코스에 넣기 제격이다.
공급자인 지방자치단체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개발사업은 기본적으로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 효과를 내재하고 있는데, 출렁다리는 ‘비교적’ 예산과 시간이 적게 드는 개발사업이다. 시장님 임기 내에 ‘개통식’을 할 수 있고, 사진도 멋지게 나온다. 이미 성공 경험이 있어 다른 지역의 사례를 벤치 마크하면서도 지역이 가진 자원에 맞춰 응용 적용할 수 있다. 실무자의 입장에도 새롭고 창의적인 사업을 고안하는 위험한 길을 가는 것보다 이미 검증한 길을 따라가는 것이 업무를 쉽게 처리할 수 있다. 다만 인근에 출렁다리 외 다른 볼거리, 즐길거리가 없을 경우 두 번 올 이유는 없다. 그렇기에 많은 출렁다리가 잠깐의 특수를 누리다가 잊힌다. 그러나 망한 것이 크게 티가 나지 않고, 중요한 특수 이해관계자가 있어 멱살을 잡을 일도 없다.
소중한 예산이 그 지역과 주민들의 지속가능성에 기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에 쓰였으면 좋겠다. 하물며 관광사업을 하더라도 지역 특색에 맞게 기획되고, 주민의 소리를 들으며 추진됐으면 좋겠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출렁다리 집객 효과는 1년간 정점을 보이다가 점차 감소해 7년이 지나면 사라진다고 한다. 그러나 매년 관리비용과 안전관리 부담은 커진다. 지방자치단체들은 1년의 특수 효과를 누리고자 1m라도 더 긴 출렁다리에 목숨을 걸고, 예산을 투여한다. 1m를 조성하는데 2000만원, 200m를 조성하려면 평균 46억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최근 지역 탄소중립지원센터 예산이 2억원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기가 찼다. 탄소중립기본법에 설립 근거를 두고 있는 탄소중립지원센터의 위상은 크다. 지역 탄소중립 계획부터 에너지전환 등 모델 개발·확산, 온실가스 관리, 주민 참여 및 인식 제고 방안의 발굴까지 요구하고 있다. 연간 2억원 예산으로 이 많은 일을 하고, 필요한 전문인력을 갖출 수 있을까? 지역별 탄소중립지원센터가 1년에 100억원의 예산만 지원받는다면, 지역에서 얼마나 많은 중요한 연구와 사업이 이루어지고, 소중한 데이터가 확보될까? 소중한 예산이 그 지역과 주민들의 지속가능성에 보다 기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에 쓰였으면 좋겠다. 하물며 관광사업을 하더라도 지역 특색에 맞게 기획되고, 주민의 소리를 들으며 추진됐으면 좋겠다.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