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떼새 놀게, 강물아 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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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로 본 세상] 물떼새 놀게, 강물아 흘러라

전라북도 장수군 신무산의 뜬봉샘에서 흐르는 작은 물줄기는 충청남북도를 거치며 몸집을 키워 군산만을 통해 서해로 흘러간다. 한강, 낙동강, 영산강과 더불어 대한민국 4대강에 속하는 금강(錦江)이다.

비단처럼 곱게 흐르던 강물은 세종시에서 고인 물이 될 운명을 맞게 될 처지다. 세종보를 재가동해 담수하려는 정부의 계획 때문이다. 2018년, 그러니까 문재인 정부 때부터 세종보의 수문은 열린 채로 닫히지 않았다. 수위가 낮아지고 생태계가 살아났다는 평가가 있다. 2021년 국가물관리위원회의 세종보 철거 계획은 이를 뒷받침했을 터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환경부가 재심의를 요청했다. 국토교통부가 아니라 환경부가 말이다. 세종보의 재가동이 절차를 밟고 있다. 강물과 달리 사람의 정책은 손바닥 뒤집듯이 쉽게 역전될 수 있나 보다.

세종보 재가동을 반대하는 활동가들의 천막농성장 바로 옆 한두리대교 교각에 그려진 벽화를 세계 생물다양성의 날인 지난 5월 22일 촬영했다. 보다시피 새와 물고기와 꽃 그리고 사람이 어우러진 그림이다. “물떼새야 우리가 지켜줄게”라는 문장도 적혀 있다. 세종보의 수문이 닫히면 하천의 모래톱과 자갈밭은 물에 잠긴다. 물떼새의 서식지가 사라진다는 이야기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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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의 역경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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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의 역경루
공손찬은 중국 후한 말 북방민족들이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 정도로 위세를 떨쳤던 화북의 군벌이다. 오늘날 베이징 근처 유주를 근거지로 세력을 키웠던 공손찬은 백마의종이라는 막강한 기병대를 중심으로 황건적과 만리장성 넘어 이민족들을 토벌하며 군세를 넓혀갔다. 탁월한 군사적 재능을 갖췄으나 성품이 포악했던 공손찬은 폭정을 일삼으며 민심을 크게 잃는다. 왕찬이 기록한 <한말영웅기(漢末英雄記)>에 의하면 공손찬은 자신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본다는 이유로 부하를 죽이는가 하면 유능한 관료들을 쫓아내고 점쟁이를 측근에 등용하는 등 막장 행각을 벌였다. 하루는 백성들 사이에서 덕망 높았던 관리 유우를 저자에 세워놓고 ‘네가 천자가 될 인물이라면 비가 내릴 것이다’라고 말한 뒤 비가 내리지 않자 그 자리에서 죽여버렸다. 분개한 수만의 유주 백성들은 유우의 아들과 합세해 공손찬을 공격했고, 라이벌 원소와 이민족들까지 연합해 공격하니 공손찬은 고립무원에 처한다. 사방이 포위된 공손찬은 기주 역현에 거대한 요새를 짓고 농성에 들어가니 이 요새가 역경성이다. 자신의 남은 전력을 요새 건설에 쏟아부은 공손찬은 “300만석의 양곡을 다 먹고 나면 천하정세가 달라질 것이다”라고 말하고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향락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