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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수 편집장

홍진수 편집장

꼭 2년 전입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2022년 5월 26일 대통령실 근처인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죽음을 강요당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추모제’를 열었습니다. 부모가 발달장애인 자녀를 살해하고 자살하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자 추모하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당시 추모제에 나온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장애인 자녀를 키우며 겪은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허혜영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인천지부 부천지회장은 “자녀를 혼자 두는 것보다 같이 오는 게 마음이 편해 오늘 이 자리에도 아들과 함께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이문정 인천지부 부평지회장은 자녀돌붐 문제로 부모의 경제활동이 불안정해진 발달장애 가정이 많다고 했습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그 자리에서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요구하며 삭발식을 열었습니다.

그해 상반기에는 유독 비극적인 일이 많았습니다. 2022년 4월 23일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40대 여성이 여섯 살 아들과 함께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같은 날 인천에서는 60대 어머니가 30대 중증장애인 딸에게 다량의 수면제를 먹여 숨지게 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으려 했습니다. 같은 해 3월 경기 시흥에서는 50대 여성이 발달장애가 있는 20대 딸을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이후 한국사회는 크게 변했을까요. 불행히도 그렇지 않습니다. 지난해 10월 대구에서는 60대 A씨가 손과 발에 자상을 입고 쓰러진 채 발견됐습니다. A씨의 옆에는 장애를 가진 A씨의 아들이 숨져 있었습니다. A씨는 아들의 “같이 죽자”는 말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습니다. 법정에서는 “반성하고 참회한다”고 말했습니다.

주간경향 이번 호는 매년 반복되지만 막지 못하는 비극의 현장을 다시 한번 들여다봅니다. 장애인의 보호자가 장애인을 돌보다 살해하고 자살하는 사건들은 매년 일어납니다. 장기간 돌봄으로 인한 고통에 시달리다가 결국 ‘함께 죽는 길’을 선택하는 일이 반복됩니다. 장애인의 부모는 ‘내가 죽으면 이 아이가 어떻게 살아갈까’라는 걱정을 떨쳐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자녀의 생명을 부모의 소유물로 보는 인식이 문제지만, 가족이 장애인의 돌봄을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기에 일어나는 일이기도 합니다.

A씨의 사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A씨의 아들은 뇌병변 1급 장애인이었습니다. A씨는 6년간 재활병원에서 숙식하며 아들을 돌봤다고 합니다. 장애인 활동지원사업이 시행 중이지만 A씨 가정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은 월 90시간에 불과했습니다. 하루에 3~4시간을 제외하면 A씨가 계속 돌봐야 했던 셈입니다. 그리고 2021년 보호자인 A씨마저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아들을 27년간 키워온 발달장애인 부모 정병은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객원연구원도 인터뷰했습니다. 정 연구원은 직접 경험과 관련 연구를 통해 확인한 장애인 복지 체계 전반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습니다. 우리는 2년 뒤에는 더 나은 사회를 맞이할 수 있을까요.

<홍진수 편집장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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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오늘을 생각한다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지난 6월 10일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수원시 장안구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집단 아동학대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해자들의 범죄행위에 치를 떨면서, 피해 아동 보호자들이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는 망가진 시스템에 분노한다. 만 2세 반 어린이 13명에게 2명의 교사가 상습 폭력을 가했다. 경찰이 확보한 35일 치 CCTV에서 350건의 학대 행위가 발견됐고, 가해 교사 2명과 원장이 상습 아동학대와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원장은 아무런 행정 처분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가해 교사 2명은 자진 사직했기에 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수원시는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다 했다며,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 가족들은 수원시 행태가 마치 2차 가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동들은 여전히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 몇 번씩 잠에서 깨는 한 어린이는 “꿀향기반 선생님들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다른 어린이는 작은 소리에도 몸을 움찔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지난 1월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 신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5개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 만 2세 어린 아기들을 밀치고,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냅다 던져버리는 영상을 보며 엄마·아빠들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