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기후소송 불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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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인이 SNS에 활짝 핀 조팝나무 사진을 올렸다. 평년보다 훨씬 빨리 개화해 만개한 꽃을 보며 지인은 슬픔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너도나도 각자 목도하고 있는 자연의 심상치 않은 변화 등에 대해 증언하는 댓글을 달았다. 체감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사실 많은 사람이 이미 기후변화를 감각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시급한 기후대응을 촉구하는 기후소송이 급증하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발간하는 <2023 글로벌 기후소송 리포트>에 따르면, 2022년 12월 65개 관할권에서 2180건의 기후 관련 소송이 제기됐다. 2017년 884건에 비하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가디언은 2024년이 기후소송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한 반증처럼 4월 한 달은 기후소송으로 국내외 언론이 들썩거렸다.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변호사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변호사

지난 4월 9일 유럽인권재판소는 2400여명의 스위스 여성 노인들의 청구에 대해 스위스 당국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충분한 기후 정책 및 전략을 계획 및 시행하지 않아 유럽인권협약 제8조가 보호하고 있는 사생활과 가족생활을 존중받을 권리를 침해했다고 결정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유럽평의회의 사법기구로,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반성적 조처로 인권 및 법치주의에 대한 유럽 공동의 감시체제를 구축하자는 취지에서 설립됐다. 재판소 설립 기반인 유럽인권협약을 국가가 위반한 경우 개인도 직접 제소할 수 있으며, 각 나라 최고법원의 판결도 예외가 아니다. 유럽인권재판소의 결정이 막강한 것은 그 결정에 대해 유럽평의회 각료회의가 집행 및 감독권을 갖기 때문이다. 유럽인권재판소는 이번 결정을 통해 ‘국가는 기후변화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고 복지를 보호해야 할 적극적인 의무’가 있다고 처음으로 인정했으며, 지구온난화로 인한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섭씨 1.5도로 유지하는 것이 인권 보호의 핵심 부분이라고 보았다. 앞으로 유럽인권재판소에 계류된 다른 사건들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해볼 만한 지점이다.

이제 기후변화와 인권은 법의 영역이 됐다. 우리 헌법재판소의 공개변론 결정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내에서는 지난 4월 23일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부실이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다투는 헌법재판소의 첫 공개변론이 열렸다. 그간 2020년부터 제기된 기후소송을 포함해 헌법재판소에는 4건의 헌법소원 청구가 계류돼 있는데, 이날 이 4건의 청구를 병합해 공개변론을 연 것이다. 이날 헌법재판소 앞에는 많은 어린이를 비롯한 인파가 몰려 헌법재판소의 유의미한 결정이 부진한 국내 기후 정책을 견인하기를 기원했다. 2022년 유엔총회는 “깨끗하고 건강하며 지속가능한 환경에 대한 접근권”을 인권으로 선언했다. 유럽평의회는 이를 법으로 보장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제 기후변화와 인권은 법의 영역이 됐다. 우리 헌법재판소의 공개변론 결정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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