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은 아이, 청소년, 어른 할 것 없이 온 가족이 다 올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특히 인구가 적고, 문화적으로 조금 낙후된 면이 있는 곳에서 더 유용하죠. 아이가 어리니 아빠와 같이 지내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따라왔는데, 정말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어요. 이제 떠나야 해서 아쉽고, 그래서 인제 오기를 겁내는 이들에게 오면 좋다고 많이 이야기해주고 있어요.”
지난 2월 13일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기적의도서관에서 만난 정선정씨는 이날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아이와 함께 도서관을 찾았다. 정씨는 군인인 남편의 부임지인 이곳으로 1년 전 이사와 이제 곧 떠난다.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 가겠네’라는 옛말에 남편을 따라가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는데, 막상 와보니 인제가 살기에 너무나 좋은 곳이라고 했다. 무료 축구 교실을 비롯해 교육·복지 프로그램도 잘 갖춰져 있지만, 특히 기적의도서관에 만족했다. 여기 오는 건 거의 일상이 됐다.
“아이가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라면 좋겠는데, 그렇게 자극받을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게 기뻐요. 아이가 여기서 책 보는 걸 좋아해서 저와 남편도 더 책을 가까이하게 되죠. 인제가 찾아오기 조금 낯선 지역이긴 하지만, 여기 오면 그래도 살 만한 곳이구나, 매력적인 곳이구나 느끼게 하는 한 요소가 도서관이었어요.”
도서관, 지역소멸의 방파제 되다
인제 기적의도서관은 지난해 6월 개관했다. 반년 사이 5만명 넘게 찾아와 인구 3만2000명의 인제군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전에는 관광객들이 원대리 자작나무숲이나 백담사 등 관광지로만 다녔는데 이젠 기적의도서관을 보러 인제읍에 들르는 이가 많아졌다. 건물도, 안의 내용물도 매력적으로 만들어져 들러볼 만한 곳이라는 입소문이 퍼졌기 때문이다.
이날도 평일 오전치고는 적지 않은 이들이 도서관을 찾았다. 일찌감치 와서 자기가 선호하는 자리를 차지한 듯한 모양새였다. 2층에 동아리방이 6곳 있다. 작곡 프로그램을 쓸 수 있는 음악 스튜디오에서 누군가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원통형으로 된 도서관 중앙부 2층은 창가와 1층, 지하층을 내려다보는 난간을 따라 열람석이 있다. 그 사이에 서가가 배치돼 있다. 창가 쪽에선 인제읍 주변의 산세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중학생으로 보이는 한 무리의 학생들이 창가 쪽 ‘알콩달콩 열람석’에서 학습지를 펴놓고 작게 소곤대며 공부하고 있었다.
도서관 가운데엔 계단식 열람석이 있다. 일부러 앞으로 몸을 기울이지 않는 한 아래층에서 뭘 하는지 알 수 없다. 이날 도서관 내부는 흐린 날임에도 조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환했다. 도서관 중앙부는 지하 1층부터 2층까지 뚫려 있어 개방감이 좋다. 햇빛이 천장 유리를 지나 쏟아져 기둥 뒤로 그림자를 드리웠다. 도서관에 오래 다니면 그림자의 이동으로 시간을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온종일 앉아서 자기만의 세계에 빠질 수도 있어 보였다.
인제 기적의도서관은 책읽는사회문화재단에서 주관하는 ‘기적의도서관’ 사업의 일환으로 개관했다. 한 인제군 공무원이 재단을 무작정 찾아가 인제 같은 문화 소외지역에 도서관다운 도서관이 들어올 수 있도록 힘을 써달라며 요청하면서 사업이 시작됐다. 2017년 이상윤 연세대 건축공학과 교수가 설계 기증을 했고, 2019년 7월부터 공사를 시작해 2023년 6월 개관했다.
도서관은 인제의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도록 낮은 건물을 지향했다. 권위적이거나 불필요한 공간을 최소화하고 어린이 도서관과 미디어아트실, 열린극장, 사랑채, 동아리방 등을 갖춰 지역주민들이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됐다. 심민석 인제 기적의도서관 관장은 “공부만 하는 정적인 공간을 탈피한, 살아 있는 공공도서관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면서 “나뿐만 아니라 어린이, 어르신, 청소년 누구든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 서로에 대한 배려를 익히는 기능도 한다”고 말했다.
기적의도서관은 잘 만든 공공도서관이 지역을 살리고, 지역소멸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좋은 사례로 꼽힌다. 양질의 문화 시설을 집 근처에서 이용할 수 있다면 다른 지역으로 떠날 마음이 아무래도 줄어들 수 있어서다. 살고 있는 지역에 자부심을 더 느끼게 될 수도 있다. 심민석 관장은 “과거와 달리 자기 지역 가까이에서 좋은 문화를 접하고 도시처럼 빠르게 지식과 정보를 접하길 원하는 사람이 늘었다”면서 “도시와 동일한 문화시설을 누릴 수 있다면, 시골살이의 외로움을 이겨낼 수 있고, 생활편의와 자부심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주말 정주 인구도 많아졌다. 과거엔 주말에 춘천이나 속초로 떠나는 이들이 많아 공동화 현상을 보였다. 이제 도서관이 있으니 아이들과 도서관으로 놀러 오고, 주변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옆에 있는 영화관을 들르면서 하루를 보낼 수 있게 됐다. 어린 시절 지역에 좋은 기억이 있으면 성장한 후 다시 이곳으로 올 확률이 높아진다. 군인을 비롯해 지역 순환 근무를 해야 하는 이들이 인제를 택할 가능성도 켜졌다. 심 관장이 말했다. “지역 학생들은 공부할 마음이 절로 난다고 해요. 지역에 부임한 군인 가족들은 대도시 도서관보다 더 좋다며 칭찬하기도 합니다. 혼자 오려다가 아이들과 함께 살러 오는 분들이 많습니다. 지역 주민들은 친척이 오면 여기를 구경시켜주는 게 하나의 코스가 됐어요. 지역에 자부심이 생긴 거죠.”
지역 정체성을 담는 도서관
도서관은 지역의 문화 자산을 공유하는 플랫폼이 되고 있다. 기적의도서관은 ‘인제니아’라는 코너에서 국내 람사르 습지 1호인 대암산 용늪, 고려 시대 몽골 침략을 저지한 한계산성 등 지역의 자연과 역사, 문화유산을 소개한다. 인제 지역 작가들의 작품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심 관장은 지역의 문화 자원을 수집하고 제공하는 토대를 마련한 게 공공도서관을 특별하게 만드는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도서관계에서 경기도 의정부음악도서관과 미술도서관도 요즘 자주 화제에 오른다. 음악도서관을 방문하면,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레코드 가게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LP앨범을 듣고, 피아노를 치고, 작곡 연습을 할 수 있다. 시청각실에서 뮤지컬 영화나 클래식 공연 영상을 볼 수도 있다. 음악을 좋아하는 이라면 하루종일 있어도 심심하지 않을 공간이다.
의정부시는 반세기 동안 미군부대 주둔지로 군사도시 역할을 하면서 개발이 제한되는 불이익을 받았다. 문화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주민들은 공공도서관 건립에 높은 지지를 보냈다. 주민 설문조사를 통한 의견수렴 결과 공공도서관 건립에 시민 86.9%가 찬성했고, 특성화 도서관 건립에 70.2%가 찬성했다. 그 결과 2003년부터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났다. 그해 개관한 ‘의정부정보도서관’을 시작으로 ‘의정부과학도서관(2007)’, ‘가재울도서관(2017)’에 이어 ‘의정부미술도서관(2019)’이 문을 열었다. 2020년 6월 공연예술과 블랙뮤직 장르에 특화된 ‘의정부음악도서관’도 개관했다.
2023년 한 해 의정부시 도서관 총방문객 수는 167만명인데 그중 미술·음악도서관 이용자 수는 약 71만명이었다. 2022년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의정부시 도서관의 1관당 방문자 수는 19만496명으로 전국 평균(14만2160명) 대비 월등히 높았다. 박영애 의정부시 도서관과 과장은 “미술 작품은 관람하는 것이고, 음악은 듣는 것이라는 단순한 접근법에서 벗어나 의정부시의 예술문화 자원을 도서관과 융합해 새로운 패러다임의 도서관으로 그 가치를 확장했다”며 “미술·음악도서관은 장서 수는 적은 편이나 이용자 수는 다른 도서관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공간이 주는 힘’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의정부음악도서관은 음악으로 특화하면서 기존 도서관과 차별화를 꾀했다. 특히 의정부음악극축제와 블랙뮤직페스티벌이라는 의정부시의 음악적 문화 자산을 담아내는 데 주력했다. 미군부대 주둔의 영향으로 의정부시에 블랙뮤직 문화가 조성돼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음악 장르 중 블랙뮤직을 특화 장르로 선정했다. 블랙뮤직은 재즈, 블루스, 가스펠, 소울, R&B, 힙합 등 20세기 이후 서양 대중음악의 원천이 되는 장르 음악을 통틀어 말한다. 도서관 계단 벽과 외부 벽에 그라피티는 블랙뮤직의 감수성을 보여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의정부미술도서관은 미술관과 도서관이 함께 있는 국내 최초 사례다. 개방·소통·연결이라는 정체성을 강조해 책과 사람, 사람과 사람이 자유롭게 만나고 영감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개방성을 극대화했고, 모든 공간을 원형계단으로 유기적으로 연결했다. 전면 유리창을 통해 바깥의 풍경을 도서관 내부로 들였다. 서가 높이를 낮춰 답답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했다. 미술도서관은 일반도서관과 달리 장서의 40%를 예술 전문도서로 구성해 미술특화도서관으로서의 전문성을 높였다. 3층 기증관에는 BTS의 멤버 RM이 기증한 책도 전시 중이다. 특히 오픈스튜디오에 눈길이 갔다. 신진작가 양성과 지원을 통해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에서 마련한 공간이다. 방문객들은 통유리창을 통해 작가가 작업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기획전시를 개최할 수 있는 전시관도 있다. 미술관을 품은 도서관, 도서관을 품은 미술관이라는 말에 수긍이 갔다.
두 도서관은 의정부의 랜드마크, 관광명소가 됐다. 다른 지역 거주자들은 음악·미술도서관 때문에 의정부로 이사 오고 싶다는 말을 심심찮게 한다. 음악·미술도서관을 벤치마킹하고자 전국의 지자체, 의회, 문화 관계 기관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메사시(市), 일본 시바타시, 중국 단둥시 관계자들도 이곳을 찾았다. 지난해 11월에 동남아 10개국 도서관 사서들이 한국을 방문할 때 이곳을 들르기도 했다. 박영애 과장은 “잘 만든 공공도서관은 인구를 붙잡고, 늘리면서 지역소멸에 대응하는 효과가 분명 있을 것”이라면서 “공공재 플랫폼으로서 시민들이 다양한 문화예술을 경험하고 그들의 삶이 더 풍요로울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책과 도서관의 도시를 표방하는 전북 전주시도 주목할 만한 도서관이 많다. 전주시는 2021년 ‘책이 삶이 되는 책의 도시 전주’를 선포하고 공공도서관을 책 놀이터인 개방형 창의도서관으로, 생활권 곳곳에 지역 특성과 시민 요구를 반영한 다양한 주제의 특성화 도서관을 조성했다. 그렇게 시청 로비와 호수, 숲속 등 시민의 생활 공간 곳곳에 도서관이 들어섰다.
지난 2월 8일 아름다운 풍광이 매력적인 연화정도서관을 찾았다. 가족단위 소풍객이 많이 찾는 덕진공원 안에 있다. 공원 호수에는 해마다 6~7월 연꽃이 만발한다. 그때 연화정도서관에 가면 창밖으로 연꽃이 가득한 풍경을 볼 수 있다. 이곳에 1980년대 연화정이라는 팔각정 건물이 있었는데, 노후화로 철거해야 했다. 철거 후 전통 석교 형태의 연화교와 전통 정원을 갖춘 한옥으로 재건축했다. 이 건물을 어떤 용도로 쓸지 주민들에게 물었을 때 도서관으로 이용하고 싶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개방형 질문에서 그런 결론이 나왔으니 가히 ‘책의 도시’라고 자부할 만하다. 그렇게 연화정도서관이 탄생했다. 연화정도서관은 2023년 기준 1일평균 868명, 연간 25만6124명이 찾을 정도로 명소가 됐다.
교육·돌봄 기능까지 담당한다
도서관은 책을 읽고, 공부하는 조용하고 엄숙한 공간이라는 이미지를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 아이들이 편하게 찾아와 놀 수 있는 곳, 시민 모두가 쉴 수 있고, 배울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 중이다. 연화정도서관도 그렇지만, 책을 쓰고 출판하는 ‘자작자작책공작소’, 여행자들의 커뮤니티 공간인 ‘다가여행자도서관’ 등 이색적인 특성화 도서관들이 전주에 많다. 숲속 호수를 앞에 둔 시 전문도서관인 학산숲속시집도서관에는 아름다운 글귀를 뽑을 수 있는 문학 자판기가 마련돼 있다.
전주의 특성화 도서관들은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주변 관광지와 경관에 녹아들어 관광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주시는 도서관을 순례하는 여행 프로그램을 내놓고, ‘도서관 여행 도시’를 적극적으로 표방한다. 홍혜진 전주시 도서관정책과 작은도서관팀장은 “전주 도서관 여행 프로그램 참가자의 절반 정도가 타지역 관광객인데, 전주 여행을 하면서 도서관을 방문지의 하나로 잡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돌봄의 기능까지 담당하는 도서관도 등장했다. 대구 중구에 있는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은 오는 3월부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전국 최초로 공공도서관형 교육·돌봄 서비스인 ‘늘봄형 도서관 학교’를 운영한다. ‘늘봄형 도서관 학교’는 학생들의 독서습관 형성과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을 향상시키고, 학부모의 양육과 사교육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공도서관에서 운영하는 교과연계 방과후 프로그램이다. 초등 3학년부터 5학년까지를 대상으로 학년별로 주 5일간, 학교 수업 종료 후 도서관으로 이동해 저녁 8시까지 퇴직교원과 전문강사, 도서관 사서의 지도와 보호 아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학년별 사서추천 도서 100선 읽기 후 독서기록, SW융합 메이커교육, 교과연계 이야기 수학·통합독서, K팝 댄스 등 놀이중심의 전문강사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1기로 33명의 어린이가 참여한다.
박정숙 도서관 학교 담당자는 “지난해 7월 도서관 전면 리모델링으로 현대화된 복합문화공간을 활용해 출생률 감소, 사교육비 증가 등에 따라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공공도서관형 교육·돌봄 서비스를 개발했다”면서 “대구지역의 역사와 함께 100년 이상 성장해온 도서관으로서 새로운 100년을 향해 학생·시민과 함께 소통·공감하면서 성장·발전하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라고 소개했다.
동네 서점과 상생하며 지역 재생에도 힘써
공공도서관이 많아지면 동네 서점이 타격을 받지 않을까. 하지만 이는 단견에 가깝다. 단적인 예를 전주시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전주시청 로비에 있는 책기둥도서관 2층에 가니 ‘책, 동네로 가다’라는 이름의 북 큐레이션 코너가 있다. 동네 책방에서 고른 책들을 전시하는 공간이다. 서가 옆에 안내문이 붙어 있다. “결이 다르고 색이 다른 책들의 향연- 전주에는 동네마다 작지만 소중한 공간으로 자리한 책방들이 있습니다. 각자의 색으로 더 오래 빛나기를 바라며 동네 책방의 서재를 만나봅니다.”
방문객들에게 지역 서점의 존재를 알리고, 자연스럽게 찾아가게 이끈다. 도서관이 서점을 도울 수 있는 작은 배려다. 더 적극적인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전주시는 동네 서점과의 상생 사업인 ‘책쿵20’을 시행 중이다. 동네 서점에서 책을 살 때 도서관 회원증을 제시하면 20% 할인을 해준다. 10% 할인에 5% 적립이 가능한 온라인 서점보다 싸다. 12개 시립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제때 반납하면 1권당 50포인트를 적립해주는데 이 포인트로 동네 서점에서 책을 살 때 추가로 할인받을 수 있다. 지자체 도서관은 주기적으로 책을 구입할 때 동네 서점에서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책기둥도서관에서 만난 운영자 조양순씨는 “서점과 도서관은 서로 경쟁하지 않고, 상생하는 관계”라고 강조했다.
인제 기적의도서관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서점 ‘책방나무야’를 운영하는 천강희 대표도 같은 의견을 밝혔다. “도서관을 통해 독자층이 많이 형성되면, 그들 스스로 취향과 기호를 발견하고, 소장하고 싶은 욕구가 생깁니다. 자연스럽게 책을 사게 되는 거죠. 도서관이 많아져 서점에서 책을 안 사는 게 아니라 도서 유통 생태계에서 인터넷서점 점유율이 높은 부분이 크죠. 사실 기적의도서관이 생긴 이후 오히려 손님이 늘었어요. 전에는 설악산이나 자작나무숲만 보러왔지 시내권으로 유입이 잘 안 됐거든요. 지금은 도서관을 좋아하고, 책과 관련한 테마 여행을 즐기는 분들이 도서관을 찾으면서 지역 책방도 수소문해서 오시더라고요.” 천 대표는 교류의 공간으로서의 도서관을 강조했다. “문턱 없이 누구에게나 열린 장소가 많이 있어야 한다고 봐요. 그래야 지역에서 다양한 층위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서로 이해하고, 뭔가를 도모할 수 있죠. 그렇게 공적인 장소로서, 꼭 뭘 사지 않아도 함께 만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한데, 그게 도서관이라고 봅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