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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강의 중 ‘위안부는 자발적 매춘’이라고 발언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가 1월 24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1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지지자들과 함께 법원을 나서고 있다. 성동훈 기자

대학 강의 중 ‘위안부는 자발적 매춘’이라고 발언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가 1월 24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1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지지자들과 함께 법원을 나서고 있다. 성동훈 기자

법원이 “일본군 위안부는 일종의 매춘”이라는 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의 발언에 대해 명예훼손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정금영 부장판사는 지난 1월 24일 류 전 교수의 발언 네 개 중에 하나만 유죄로 판단했다. 죗값은 달랑 벌금 200만원이었다.

2019년 9월 19일 발전사회학 강의에서 류 전 교수는 위안부에 대해 통념에 어긋나는 발언을 쏟아냈다. 재판에서 다뤄진 명예훼손 혐의는 네 가지다. 위안부가 강제로 연행되지 않았다는 것,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정의기억연대의 전신)가 위안부들에게 허위진술을 하도록 교육했다는 것, 정대협 핵심 간부가 통합진보당의 핵심 간부라는 것, 정대협이 북한과 연계됐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두 번째 발언만이 허위사실을 적시해 정대협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교수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며 나머지 발언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봤다.

지지자들과 함께 법정을 나서던 류 전 교수가 말했다. “제일 중요한 건 위안부가 매춘했다는 발언이 무죄가 나왔다는 것, 통진당이 정대협이랑 얽혀 있다는 게 무죄가 나왔다는 것이다.” 그는 나머지 한 개의 발언에 대한 유죄 판단에 대해서도 항소하겠단다. 정의기억연대는 “반인권적이고 반역사적 판결”이라는 입장문을 냈다. 피해자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발언을 다 옳다고 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사진·글 성동훈 기자 zenism@kyunghyang.com

<성동훈 기자 zenis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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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뒤척인다. 겨우내 마음 편히 잠을 자지 못해 머리에 스모그가 낀 듯 무겁다. 창밖을 보니 눈이 내린다. 이상기온이 일상이 돼간다. 기후변화의 징후인 3월 중순 눈 쌓인 풍경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고 불길하다. 자연 시스템의 불안정성만큼이나 정치와 사법 시스템 또한 아슬아슬하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둘러싼 사회적 긴장은 한국 민주주의가 직면한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일만 년간 이어온 기후 안정성과 40여 년이 채 안 된 한국의 민주주의는 기간으로는 비할 데 아니지만, 우리 삶에 당연히 주어지는 조건으로 여겨졌던 점은 흡사하다. 이번 겨울 기후환경이든 정치체제든,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기후위기와 정치위기라는 무관해 보이는 두 위기는 사실 그 원인 면에서도 맞닿아 있는데, 효율과 성과가 최우선시되는 과정에서 다른 중요한 가치는 간과했다는 점이다. 한국사회는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법을 배웠지만,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구조를 전환하는 데 게을렀고, 정치적 다양성과 세대 간의 이해를 구현하지 못했다. 우리는 경쟁을 통해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방식의 성장이 우리 사회를 갉아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