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부동산과 정책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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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지난 4년간 어떤 점이 아쉬움으로 남느냐’는 출입기자 질문에 “가장 아쉬웠던 점은 역시 부동산 문제”라고 답했다. 대통령실(청와대) 사진기자단

2021년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지난 4년간 어떤 점이 아쉬움으로 남느냐’는 출입기자 질문에 “가장 아쉬웠던 점은 역시 부동산 문제”라고 답했다. 대통령실(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 결과 대선에서 패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정책을 책임졌던 고위 인사는 세제의 정책효과를 부인하고 대출 규제 실패를 시인하는 견해를 표명하기도 했다.

금융 분야 정책 실패는 정책 실행 과정에서 대출 규제의 유효성을 확보하지 못한 점, 그리고 전세금 대출 정책효과의 최종 귀결점을 충분하게 고려하지 못한 점을 들 수 있다. 대출 규제, 특히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필요성이 논의됐으나 임기 말까지도, 부동산시장에서 가격 급등이 커다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한 이후에도 제대로 실천되지 못했다. 금융기관들은 시장에 유효하게 작용할 수준의 DSR 규제를 문재인 정부 임기 말까지 피했다. 본래적 의미의 DSR, 즉 차주별 DSR 규제까지는 근처에 접근해보지도 못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 책임자는 부동산을 금융 현상으로, 부동산 가격은 전적으로 유동성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한다. 그렇게 파악했다면 대출 규제의 중요성은 더더욱 부각된다. 때문에 왜 유효한 대출 규제가 부동산시장의 가격 폭등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는가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이에 대한 설명은 아직 채워지지 않고 있다.

전세자금 대출은 임대인들에게 전세가격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고, 이는 가격상승을 부추겨 갭투자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했다. 결과적으로 전세자금 대출은 부동산 가격 상승의 사다리 역할을 했다. 어려움을 겪는 임차인들에게 전세대출을 안 해주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던 건 분명하다. 하지만 정책효과의 귀결을 마지막까지 생각했다면 선택해선 안 될 정책 대안이었다.

실패한 금융과 세제 정책

문재인 정부는 세제 영역에서도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특혜와 보유세·양도세 강화의 실기로 시장에 잘못된 유인을 제공했다. 다주택자들한테 임대사업자 역할을 맡긴 건 기능적인 한계가 있다. 기존에 존재하는 주택을 임대사업자가 보유하면서 임대주택으로 제공하는 것은 임대시장에서는 공급을 확대하는 효과를 보겠지만, 매매시장에서는 공급이 축소된다. 주택매매시장과 주택임대시장은 서로 연동된 시장이기 때문에 그렇다. 임대시장에서 공급 확대가 임대시장의 가격안정에 기여하더라도, 매매시장에서 공급 축소가 매매가격의 상승을 야기하면 이는 다시 연동된 임대시장에서 가격상승 기제로 작용한다.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강북지역 도심의 아파트단지 /성동훈 기자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강북지역 도심의 아파트단지 /성동훈 기자

더 중요한 건,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지원 수준이 지나쳤다는 점이다. 임대주택은 임대사업자에겐 사업자산이므로, 종합부동산세와 취득세를 과세 제외하는 조치는 적절하다. 그러나 양도소득세의 과세 제외는 분명하게 지나친 것이다. 양도소득세 특혜는 민간임대주택을 늘리는 수준에 머물지 않고 임대사업자가 임대사업을 비과세 양도소득의 획득이 가능한 갭투자의 방편으로 삼기에 매우 유리하게 만들어준다. 임대소득세에 대한 과세도 특혜적 성격이었지만 양도소득세 관련 특혜가 특히 결정적이었다.

부동산을 금융상품으로 보는 시각에 동의한다. 아파트라는 이름의 공동주택 비율이 높은 한국의 부동산시장은 상품의 비교 가능성 측면에서 다른 나라들의 부동산시장보다 금융상품으로서의 성격이 더 강하다. 금융상품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는 건 수익을 보고 투자한다는 뜻이다. 부동산이라는 상품을 그 본질적 용도인 주거 측면에서 판단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런데 금융상품에 있어서 그 수익성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세제다. 투자자에게는 세후수익률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자는 결국 시세차익, 즉 양도차익을 노리고 하는 투자이므로 (세후)양도소득에 영향을 주는 양도소득세는 한국의 부동산 투자자에게 매우 잘 작동하는 정책수단이다. 다만 양도소득세는 양도소득이 실현돼야 과세할 수 있기에 납세자들은 양도세율이 완화될 때까지 기다리며 매각을 미룰 수도 있다. 종합부동산세는 그 부담이 보유기간에 비례하는 속성 때문에 양도세의 취약점을 보완해준다. 양도세의 동결 효과를 (보유세로) 기능적으로 보완해주는 셈이다.

양도세와 보유세가 보완적으로 작동하면 부동산시장에 유효한 정책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 양도세와 보유세로 다주택자들의 갭투기 기회를 차단했다면 내 집 마련을 원하는 많은 이에게 문재인 정부 시기의 저금리 상황은 어느 정도 높아진 부동산 가격에도 불구하고 대출비용을 낮게 만들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하지 못했기 때문에 부동산시장의 가격이 앙등했다. 고가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와 양도소득세의 과도한 공제 혜택도 똘똘한 한 채로의 쏠림 현상을 심화시켜 가격 인상을 주변지역으로 확산시켰다. 그러기에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정책 실패 영역으로 종부세를 꼽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정책 실패의 시기는 세제 영역에서는 문재인 정부 전반부, 금융 영역에서는 문재인 정부 후반부였던 것으로 보인다.

금융이 세제보다 즉각적으로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준다고 해서 세제가 부동산 가격에 영향이 없다고 보는 것도 난센스다. 종부세는 우리나라에서 일정기간 일관성 있게 시행해본 적이 없다. 보유과세의 효과성을 계량적으로 분석할 데이터가 우리나라에는 없는 셈이다. 세제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해서는 안 되겠지만 부인해서도 곤란하다.

선출 권력의 국정 철학과 관료 집단

문재인 정부는 선거 과정에서 불평등과 차별을 없애는 정치를 약속했다. 편향적 여론지형 속에서도 어렵게 노력한 결과,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두었다. 재정을 통해 복지와 노동 분야에서 사회안전망을 확충했다. 조세재정 영역에서의 성과는 그러나 부동산 영역에서의 실패로 상쇄되고 말았다.

관료집단과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포용과 균형적 성장의 기조는 선출된 정치권력으로서 충분한 정치적·경제적 명분을 가진 내용이었지만, 재정보수주의와 시장자유주의 입장을 견지한 기재부나 금융관료들을 두 발자국 이상 벗어나게 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한 발자국 옮긴 이들은 정부가 바뀌자 즉시 세 발자국 반대 방향으로 이동했다.

<김유찬 포용재정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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